美, 사우디 공습 배후로 이란 지목…“정상회담 가능성은 열려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6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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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하루 전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에 대한 공습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군사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공습에 사용된 드론이 예멘이 아닌 이란 방향에서 날아왔으며 이란이 드론 외 순항 미사일 공격까지 가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배후설을 부인하는 이란의 주장과 완전히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공습 범인이 누구인지 알 만한 정황이 있다. 검증 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locked and loaded)’ 상태”라고 썼다. 이란 배후설이 사실로 드러나면 상응하는 군사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2017년 8월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며 ‘괌 타격’을 운운했을 때도 ‘장전 완료’ 표현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윗을 올리기에 앞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최측근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날 폭스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은 세계 에너지 공급에 필수인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캘리포니아)도 CBS에 “후티 반군은 이란 도움 없이 이런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했다.

ABC뉴스는 이날 미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이란이 전날 공격 당시 순항 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 드론의 대수도 이미 알려진 10대가 아니라 20대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시설이 19곳에 달하는데 단 10대의 드론만으로 표적 19개를 타격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소식통을 인용해 “모든 증거가 정교한 순항 미사일이 사용됐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공습에 쓰인 드론이 사우디의 남쪽인 예멘이 아니라 이란이 위치한 북서쪽에서 날아왔다는 보도도 속속 등장했다. 한 미 행정부 관계자는 CNN에 “피습 시설은 모두 서쪽 및 북서쪽 부분에 공격을 받았다. 예멘에서 날아온 드론이 이런 흔적을 남기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란에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떻게 해도 빠져나갈 수 없다”고 했다.

일부 중동 매체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시아파 무장조직이 진짜 공습 배후라고 전했다. 이라크 남부는 ‘정부 위의 정부’로 평가받는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쿠드스군의 활동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쿠웨이트에서도 전일 피격 직전 자국 상공을 지나는 드론을 봤다는 목격담이 잇따랐다.

이번 사건과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가 미-이란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폭스뉴스는 콘웨이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뉴욕 유엔총회 기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내년 대선 전까지 확실한 외교 성과가 반드시 필요한 트럼프 행정부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굳이 지금 정상회담 불씨를 꺼트릴 이유는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가짜 뉴스들이 내가 ‘아무 조건 없이’ 이란과 만날 것으로 이야기하는 데 틀렸다”고 주장했다. 정상회담 성사에 여러 조건을 내걸 것임을 시사했다. 16일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뉴욕에서 정상회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그었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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