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AI로 개인 정보 위험… 단순한 기록 장치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5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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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인식과 같은 인공지능(AI) 능력이 정교해지면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커다란 위험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정보 수집을 폭로해 세계적 논란을 일으킨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36)이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미국 제헌절인 17일 전 세계에 발매될 저서 ‘영원한 기록’(Permanent Record) 출간을 앞두고 다시 한번 불법 정보수집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스노든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AI를 장착된 감시 카메라는 단순한 기록 장치가 아니다”라며 경찰이나 정보기관 등에서 AI가 활용되는 현실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AI로 인해 24시간 보다 세밀하고 적확하게 정보가 수집되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과거보다 침해되기 더욱 쉬운 환경이 됐다는 의미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막강한 네트워킹과 기술도 개인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나 다른 국가 정부들은 주요 인터넷 기업의 지원을 받아 지구상 모든 사람들의 일상 전체를 기록하고 영원한 기록으로 남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노든은 자신이 러시아에 망명한 이유에 대해 2013년 도주 당시 독일 폴란드 등 27개국 정부에 망명을 요청했지만,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정부가 미국의 보복을 두려워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스노든은 2013년 6월 미국 NSA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실태를 폭로한 후 미국 정부 감시를 피해 홍콩에 숨어들었다. 이후 러시아를 거쳐 남미로 가길 원했지만 당시 미국의 여권 말소 조치로 러시아에서 머물며 거주권을 받는 등 사실상 망명한 상태다.

다만 스노든은 러시아 정부와의 결탁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나에게 협력을 제안했지만 거부했다”며 “협력했다면 궁궐에 살았겠지만 나는 지속해서 러시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노든은 은둔 기간 겪었던 죽음의 공포도 토로했다. 그는 “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부가 손을 보려는 사람이었다”라며 “미국은 단지 내가 없어지길 바랬기 때문에 한동안 변장을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는 모스크바 시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자유롭게 다닌다고 그는 밝혔다. 또 2년 전 모스크바에서 미국에서 사귀었던 애인 린지 밀스와 비밀리에 결혼했다고 스노든은 밝혔다.

스노든은 자신의 저서 ‘영원한 기록’에 대해 “이 책에는 지금까지 폭로되지 않은, 20개국에서 벌어진 국제적 음모를 담았다”고 밝혀 출간 후 또 한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스노든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는 중이다. 미국 정부는 스노든이 국가기밀 폭로죄 등으로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는 그의 사면운동을 벌이는 등 스노든을 ‘위대한 폭로자’로 칭송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스노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시티즌 포’(2014년)는 2015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상을 받았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연출한 영화 ‘스노든’(2016년)도 미국비평가협회 각색상을 받기도 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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