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매파 볼턴의 퇴장, 北은 오판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2일 00시 00분


코멘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어젯밤 볼턴에게 더는 그가 백악관에 필요하지 않다고 통보했다. 나는 그의 여러 제안과 강하게 의견이 달랐다”며 대외정책을 둘러싼 의견 충돌을 이유로 들었다. 볼턴 경질은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탈레반 반군과의 평화협정 추진을 둘러싼 갈등이 결정적 계기로 꼽히고 있다. 다만 그 시점이 북한의 실무협상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한 직후라는 점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의견 충돌도 요인이었을 것이다.

볼턴은 북한에 눈엣가시 같은 인물이었다. 과거 볼턴을 ‘인간쓰레기’ ‘흡혈귀’라고 비난했던 북한은 지난해 초 첫 북-미 정상회담 발표 직후 그가 기용되자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공격했다. 특히 볼턴은 올해 2·28 하노이 결렬의 원인이 됐던 ‘빅딜 문서’의 작성자였다. 그런 만큼 그의 퇴장에 북한은 쾌재를 부를지 모른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주고받기 거래’식 외교에 제동을 걸 인물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볼턴이 빠지면서 미국의 대북 협상에서 일부 유연성이 커질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이 국가안보보좌관에 의해 좌우되는 것도 아니고 특히나 볼턴은 오래전부터 대북정책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던 만큼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세계 어떤 지도자도 우리 중 누군가가 떠난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바뀔 거라고 추정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볼턴 경질을 미국의 정책 변화로 잘못 읽고 오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국 대북정책 라인은 한결같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원칙 아래 비핵화 전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아가 내년 미국 대선 전까지 1년 안에 비핵화의 신속한 진전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이 엉뚱한 생각을 갖고 시간을 끌면서 무리한 요구만 내놓는다면 결국 비핵화 대화 국면의 파탄을 낳을 뿐임을 알아야 한다.
#존 볼턴#미국 국가안보보좌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