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 실패 정황…추가도발 가능성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1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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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아래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 뉴스1
1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아래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 뉴스1
북한은 11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전날 ‘초대형 방사포(KN-25)’ 시험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정확도와 정밀유도기능이 최종검증됐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1발이 불발되는 등 시험발사에 실패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을 지도했다며 “시험사격은 사격 목적에 완전 부합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에선 시험발사 과정에서 실패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발사 후 이동식 발사대를 찍은 사진을 보면 총 4개 발사관 중 3개의 전면부 캡이 사라져있어 북한이 전날 발사체 3발을 발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발을 발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3발 연속 발사를 시도하던 중에 1발이 불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의 탐지자산으로 포착 가능한 500m 이상 상공으로 올라오지도 못했고 불발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상적으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2발 중 1발은 330여km를 날아가 목표 지점인 함경남도 무수단리 앞바다의 알섬 인근까지 도달했지만 다른 1발은 200여 km를 비행한 뒤 내륙에 추락했다.

전쟁 발생 초기 한국의 핵심방호시설을 초토화할 목적으로 개발된 북한 방사포는 연속 발사 기술이 핵심. 이번 시험발사에서 이 핵심 기술에 문제가 드러낸 셈이다. 김 위원장이 “앞으로 방사포의 위력상 가장 뚜렷한 특징인 연발 사격 시험만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한 것 역시 연속 발사 기술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표정에서도 시험발사 과정에서 실패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북한은 김 위원장이 시험발사 참관 후 발사대 옆에서 웃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지만, 정작 망원경을 들고 책상에 앉아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사진의 김 위원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지난달 24일 시험발사에 성공했을 당시 하늘로 솟구치는 발사체를 보며 크게 웃고 있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지난달 24일에 이어 전날 시험발사에도 참석해 높아진 정치적 위상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리하게 시험 발사에 나섰다가 부분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로 북-미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북한이 협상 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정밀한 사전 점검없이 성급하게 기술력을 과시하려 했다는 것.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초대형 방사포는 지난달 한 차례만 시험발사를 했을 뿐이어서 비행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국방 기술을 과시하려다 문제에 부딪힌 것”이라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조만간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추가 시험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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