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웃으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으로 끝난 132위와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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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1일 0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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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에서 전반전 나상호가 골을 넣고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 News1
10일 오후(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에서 전반전 나상호가 골을 넣고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 News1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2위에 그치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를 앞두고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투르크메니스탄보다 1골 더 넣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주장 손흥민은 “호랑이는 토끼를 사냥할 때도 죽을힘을 다 쏟는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방심 없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겠다는 뜻이었다.

감독과 에이스의 비장한 출사표에 일부 팬들은 ‘지나친 각오 아니냐’고 했으나 마음먹고 수비하는 팀과의 경기가 지독히 어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참고로 대표팀은 지난 1월 AFC 아시안컵 때도 필리핀이나 키르기스스탄 등 약체들과의 경기에서도 밀집수비에 고전하다 1-0 신승에 그친 바 있다.

따라서 방심 없이 정예멤버, 플랜A로 나섰고 먹잇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굶주린 호랑이의 눈으로 임했던 경기다. 결과적으로 이기기는 했다. 하지만 또 쉽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0일 밤(한국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전반 13분 터진 나상호의 선제골, 그리고 후반 37분 정우영의 프리킥 추가골을 묶어 승리했다.

닷새 전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낯선 포메이션(3-5-2)과 새로운 인물(이강인, 구성윤, 백승호 등)을 가동해 실험에 집중했던 벤투 감독은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는 포백을 기반으로 한 익숙한 전형 위에 베스트 멤버에 가까운 선수들을 내세웠다.

황의조를 선봉으로 손흥민-이재성-황인범-나상호가 공격진에 배치됐고 수비형MF 정우영 아래 김진수-김민재-김영권-이용 포백 그리고 김승규가 최후방을 지켰다. 현 시점 벤투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선수들이 거의 모두 나섰다고 봐도 되는 라인업이었다.

삐걱거렸던 조지아전과 달리 시작부터 매끄럽게 돌아갔다. 시작부터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전반 7분 황의조의 헤딩슈팅, 전반 9분 나상호의 왼발 슈팅, 그리고 전반 10분 황의조의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 등 점점 골에 근접한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전반 13분, 이용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가 수비 맞고 나온 것을 나상호가 순간적으로 밀어 넣어 선제골을 터뜨렸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먼저 골을 내줬음에도 라인을 내린 채 경기를 운영했다. 한국 진영까지 올라와 공을 빼앗을 생각은 없었다. 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전진을 자제한 채 웅크렸으니 ‘빠른 시간 선제골’은 값졌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선제골의 가치는 더 크게 다가왔다.

워낙 공격이 잘 풀렸고 득점 시간도 빨라 다득점에 대한 기대가 생겼으나 이후로는 여의치 않았다. 한국은 실점 후 더 단단히 ‘선 수비’에 집중한 투르크메니스탄의 벽을 뚫지 못했고, 조금씩 상대가 준비한 ‘후 역습’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빈도가 늘어났다.

10일 오후(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돌파를 하고 있다. © News1
10일 오후(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돌파를 하고 있다. © News1
전반 중후반 이후로는, 전형적으로 상대의 밀집수비에 애를 먹다가 역습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기 양상이었다. 한국이 주도하는 것은 맞았지만 공격은 어수선하게 패스 돌리다 그냥 공을 내주는 일이 많아졌고, 반대로 투르크메니스탄은 유효슈팅까지 연결되는 경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후반 20분이 지나자 지친 기색은 한국 선수들 쪽에서 더 많이 느껴졌다. 두드리다 에너지 소모가 많아졌고, 제대로 두드리지 못해 맥이 빠진 영향도 있었다. 선제골을 포함해 전반 20분까지의 경쾌함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드리블이 불필요하게 길어졌고 패스는 타이밍도 방향도 부정확해졌으니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 수 없었다.

이처럼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기에 후반 37분 터진 정우영의 프리킥 득점은 진부한 표현이기는 해도 천금 같던 골이었다. 다소 먼 거리였으나 정우영은 묵직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고 수비벽을 넘은 공의 궤적은 투르크메니스탄 골문을 뚫어내며 팬들의 답답함도 뚫어줬다.

이 득점과 함께 대표팀은 고비를 넘었다. 이후에도 필드 플레이로 찬스를 만드는 것은 여의치 않았다. 참고로 벤투 감독은 정우영 득점 직전이던 후반 35분 황의조를 빼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까지 넣었다. 다양한 옵션을 활용했으나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결과가 가장 중요했던 경기, 부담스러운 원정 1차전이었으니 2-0 승리는 분명 소기의 성과다. 하지만 웃으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으로 끝난 내용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예상대로 ‘밀집수비 뚫어내기’는 2차예선 내내 숙제가 될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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