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검 전쟁’ 방조하며 돈 버는 포털… 여론 조작·분열 공범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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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실시간검색어(실검) 조작이 점입가경이다. 어제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서는 ‘문재인 지지’와 ‘문재인 탄핵’이 하루 종일 실검 상위권을 오르내렸다. 온라인 여론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극성 누리꾼들이 벌이는 ‘실검 전쟁’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조 장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인터넷 공간의 여론 조작은 지난달 27일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가 실검 1, 2위에 오른 이후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일부 누리꾼은 ‘검찰 단체사표 환영’, ‘검찰 사모펀드 쇼’ 등의 검색어를 띄우면서 조 장관을 수사 중인 검찰마저 공개적으로 겁박하고 나섰다.

2012년 대선 국면에서 불거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과 지난해 터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등에서 포털 공간은 번번이 여론 왜곡이 벌어지는 무법천지로 변질됐다. 그런데도 실검과 뉴스, 댓글을 통해 사실상 언론 역할을 하고 있는 거대 포털은 이를 수습하기는커녕 방관하고 있다. 실검 조작을 벌이는 이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인 양 포장하는 데에도 무책임한 포털의 책임이 크다.

구글 등 해외 포털은 첫 화면에서 검색창만 노출해 포털이 여론 조작에 악용될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이와 달리 국내 포털이 사회적 비판을 받으면서도 실검과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에 눈감는 것은 매출과 직결되는 방문자와 조회 수를 늘리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네이버는 여론 조작 사건이 터질 때마다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겠다”며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검과 댓글 서비스의 근본적 틀은 건드리지 않는 꼼수를 부렸다. 그 결과 정치 분야는 물론 쇼핑몰과 상품 광고 등에서도 실검과 댓글 조작은 공공연한 마케팅 수단이 됐다.

소수의 극렬 지지층이 자신들의 주장을 다수의 의견인 양 부풀리는 실검 조작은 포털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를 방해하고 정상적 여론 형성을 가로막는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진영논리를 초월해 포털상의 여론 조작을 막을 입법에 함께해야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실검 전쟁#조국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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