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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시간 만에 육지로…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골든레이호 구조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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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시간 만에 육지로…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골든레이호 구조작전

김예윤기자 , 브리즈윅=김정안 특파원입력 2019-09-10 17:13수정 2019-09-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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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한 걸음, 두 걸음….

구조보트에서 내려 맨발로 땅을 걷던 남성이 일곱 번째 발걸음에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담요 안에 있는 양손은 가슴 앞에 기도하듯 모아져 있었다. 잠깐의 순간이 지나자 그는 땀에 젖은 머리칼을 좌우로 흔들며 웃었다. 엎어진 배에서 마지막으로 구조돼 육지를 밟은 순간은 그렇게 행복했다. 배에 갇힌 지 41시간 만이었다.

미국 해안경비대(USCG)의 구조대원들이 마지막 한국인 선원을 거대한 골든레이호에서 구출한 다음 기지로 돌아오고 있다. 3명의 한국 선원은 이에 앞서 구조되었다. 사진 뉴시스
9일 오후 6시(한국 시간 10일 오전 7시). 선박 내부에서 마지막 남은 선원 1명이 나오면서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 안에 고립됐던 한국인 선원 4명이 전원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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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안경비대(USCG)의 골든레이호 구조작업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미 동부 조지아주 세인트 시몬스 섬 인근 해안에서 골든레이호가 전도된 것은 8일 오전 1시 40분쯤. 20분쯤 후 해안경비대에 선박 전복 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4~5시 사이 한국인 6명, 필리핀인 13명, 미국 도선사 1명 등 20명이 구조됐다.

하지만 선체에 발생한 화재로 선내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한국인 선원 4명은 바로 구조되지 못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경 해안경비대는 구조를 일시 중단하며 “선체 화재 진화와 선박의 고정 작업을 마무리한 뒤 선내에 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기온은 섭씨 30도를 웃돌고 습도까지 높아 자칫 선체에 갇혀있는 이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침체된 구조가 활기를 띈 것은 배 안에서 ‘생존 신호’가 들려오면서부터였다.

오후 6시 13분경 선박 안쪽에서 누군가 배를 두드리는 소리가 확인된 것이다. 존 리드 대령은 “그 소리는 정말로 구조팀에 동기를 부여했다”며 “선원들이 생존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모든 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7시 바로 헬기와 구조인력이 다시 현장에 투입됐다. 오전 11시경 해안경비대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고립된 한국인 선원들이 살아있다”고 확인했다. 이어 오후 12시 46분 “4명이 모두 살아있다”고 추가로 알렸다. 선원들은 선체에 드릴로 뚫은 구멍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름 7.6cm의 작은 드릴 구멍 3개로는 물과 음식이 전달되기도 했다. 생존자들이 허기를 채우고 탈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진 뉴시스
해안경비대는 선체를 떼어내는 작업에 돌입했다. 불똥이 튀는 용접 방식 대신 드릴을 이용한 분해 작업을 진행했다. 해안경비대는 트위터에 “USCG와 구조팀은 선원 4명 구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조금 느리지만 안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조 작업 과정에서도 20~30분 간격으로 ‘생존 신호’를 확인했다.

오후 3시 30분 같은 공간에 있던 선원 3명이 추가로 만든 구멍을 통해 선박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이어 오후 6시경 엔지니어링 칸의 강화유리 뒤편에 갇혀있던 마지막 선원까지 구조되며 골든레이호는 전원이 무사히 돌아왔다. 그는 컴컴한 곳에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못 견딜 것 같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구조된 선원들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관계자는 본보 인터뷰에서 “선체 안에 남았던 현대 모비스 직원 4명은 모두 영웅”이라고 밝혔다.

해안경비대 구조대원들 역시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해안경비대 트위터에 올라온 13초 분량의 영상에서 리드 대령은 마지막으로 구조된 선원과 구조대원들에게 다가가 “정말 감사합니다, 놀라운 일이예요! 여러분이 이 구조를 해낸 것은 제 경력 최고의 날입니다”하고 외쳤다. 구조된 선원은 박수와 환호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영어로 짧지만 큰 소리로 화답했다. 진심을 가득 담은 목소리였다.

“감사합니다, 여러분!(Thanks, guys!)”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브리즈윅=김정안 특파원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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