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의 적’은 트럼프?…“노출될까봐 러 고위층 정보원 빼내”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10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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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지난 2017년 러시아 정부 고위층에 심어됐던 핵심 정보원을 탈출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9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CNN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회담에서 기밀정보를 노출하는 등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해당 스파이의 안전을 우려한 정보당국이 그를 미국으로 빼내는 비밀작전을 수행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스파이 탈출 작전은 2017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세르게이 키를랴크 당시 미국 주재 러시아대사와 만나 극비 정보를 논의한 사실이 알려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당시 러시아 정부 인사들에게 스파이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지만, 당국으로선 스파이 신원 노출의 위험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현 국무장관)도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명 ‘자산’(asset)이라고 부르는 핵심 정보원들에 관한 정보가 “너무 많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정보당국의 ‘탈출’(extraction) 또는 ‘귀환’(exfiltration) 작전은 ‘자산’이 즉각적인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했을 때 내려지는 흔치 않은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미 당국이 탈출시킨 정보원은 CIA와 10년 넘게 일한 인물로서 크렘린궁에서도 국가안보 관련 업무를 담당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접근할 수 있었고, 심지어 푸틴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올 수 있을 정도의 최고위급 자산이었다고 한다.

당초 이 정보원은 ‘가족의 안전’을 이유로 탈출을 거부했으나, 러시아의 2016년 미 대통령선거 개입과 관련해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구체적인 정보들이 미국 언론을 통해 연이어 보도되면서 결국 탈출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작전 수행으로 CIA의 가장 중요한 정보원 가운데 1명의 경력이 끝났다”며 “이를 통해 미 정보당국도 2018년 중간선거와 내년 대선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단서를 러시아 내부로부터 찾아낼 기회를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브리타니 브라멜 CIA 공보국장은 CNN 보도와 관련해 “CIA가 객관적 분석이나 타당한 정보가 아닌 다른 것에 근거해 극도로 생사가 걸린 결정을 내렸다는 건 거짓”이라면서 “대통령이 매일 접근하는 가장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방식 탓에 추출 작전이 진행됐다는 추측은 부정확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도 “CNN 보도는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여러)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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