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볼턴 반대한 美-탈레반 회동…“트럼프가 밀어붙여”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10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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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반정부 무장단체 탈레반과 평화협상에 대해 “죽었다”(dead)고 표현하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하지만 참모들의 조언을 무시한 채 평화협상을 밀어붙인 장본인은 다름아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었다고 CNN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기로 예정됐던 미국과 탈레반의 비밀회동을 전후해 백악관 내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상세히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줄곧 지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가니스탄 특사가 들고 온 평화협정 초안에 대해 국가안보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참모진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했다. 알려진 대로 평화협정 초안에는 현재 1만4000명인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을 8000명까지 감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CNN은 당시 회의에서 평화협상을 주도해 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협정 체결에 찬성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참모진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완강히 반대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여기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당시 해외방문 일정 중이었만 현지에서 원격회의 형태로 참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의 반대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탈레반 및 아프간 지도자를 미국으로 초청해 자신이 직접 평화협상을 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열리기로 예정됐다 취소된 캠프 데이비드 비밀회동이 그것이다.

다만 참모들은 또 9.11테러 18주년 기념일이 코앞인 시점에서 탈레반 측과 회담을 여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고 CNN은 전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에 평화협정을 해 기념비적 업적을 세워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줄곧 평화협상을 밀어붙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탈레반 소행의 폭탄테러로 미군 병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결국 캠프 데이비드 회동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탈레반과 협상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탈레반과의 협상에 대해 “내가 아는 한 그것은 죽었다”고 밝혔지만, 탈레반을 압박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술’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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