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찜 대신 담백한 콩고기… 채식주의자도 맛있는 추석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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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는 총 인구의 2∼3% 수준인 100∼150만 명으로 추산된다. 10년 전인 2008년엔 15만 명 수준이었지만 10배나 늘어난 규모다. 건강,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채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는 총 인구의 2∼3% 수준인 100∼150만 명으로 추산된다. 10년 전인 2008년엔 15만 명 수준이었지만 10배나 늘어난 규모다. 건강,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채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민족 대명절, 한가위가 마냥 즐겁지 않은 사람이 있다. 바로 식단조절에 신경 써야 하는 사람들이다. 갈비찜부터 산적까지 기름진 명절 음식 앞에 다이어터나 채식주의자들은 명절 대피소가 필요하다고 울상을 짓는다.

특히 채식 불모지 한국에서 비건(vegan·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은 말 그대로 숟가락만 빨아야 할 정도로 음식 선택에 제한을 받는다. 다같이 즐겁게 보내야 할 명절. 음식 스트레스 벗어날 해결책을 찾아보자.

■ 가족들 음식 강요 말고 채식인 ‘이해 못한다’ 마세요

밥상머리에서 자신이 채식주의자임을 밝히는 순간 가족들의 걱정과 잔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럴 경우 가족들은 무조건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강요하기보다 채식을 선택한 가족의 신념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당장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일단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선이다. 간섭이 심할수록 당사자의 스트레스도 커진다.

채식주의자들도 육식을 하는 일반인들의 ‘먹는 즐거움’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신념을 은연중에 강요하거나 육식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지나치게 열변을 토하지 말자. 명절의 백미 중 하나는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야 명절 분위기도 좋아질 수 있다.


■ 채식인 위한 먹거리만 따로? ‘메뉴는 함께 고민’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이 채식주의자를 위해 따로 음식을 차리기는 사실 힘들다.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의미하는 비건은 우유나 계란도 먹지 않아 특히 난감할 수 있다. 비건은 이미 차려진 상에 “왜 채식주의자가 먹을 만한 게 없느냐”고 서운해 하기보다, 채식 메뉴도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가족들과 함께 식사 준비를 하는 게 좋다.

가령 전을 부칠 때 계란 옷을 입히지 않은 두부야채전을 만들고, 액젓 대신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한 나물을 무치거나 콩고기로 단백질 보충 메뉴를 준비하는 식이다.

안재현 365mc병원 병원장은 “우리나라 전통음식은 채소와 곡류 위주의 식단을 꾸릴 수 있어 서로가 약간의 배려를 한다면 모두가 풍족한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채식인 지방세포 늘리는 주범, 탄수화물

‘채식주의자’ 하면 은연중에 가냘프고 마른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채식을 하더라도 지방이 쉽게 붙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건들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명절 연휴 허벅지, 복부, 팔뚝 등에 군살이 붙을 수 있다.

채식주의자가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탄수화물이다. 안 병원장은 “채식인이라고 해서 모두 건강한 채식을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칼로리를 높이는 설탕, 흰쌀, 튀김류, 식물성 기름, 주스, 탄산음료 등 가공식품은 비건들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고기를 끊었더라도 과자, 빵, 면 등 고칼로리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명절 연휴에는 특히 탄수화물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송편 등 떡을 먹었다면 밥을 반으로 줄이거나 먹지 않는 등 영양소 균형을 생각해 음식을 조절한다.


▼ “명절 음식하다 데었을 땐 찬물로 환부 식히세요” ▼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음식을 준비하며 조리하는 어른들과 그 옆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에 신이 나 주변을 맴돌던 아이들이 화상을 입는 사례가 증가한다.

실제 추석과 설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는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재작년 추석 연휴 동안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응급의료센터에 접수된 진료는 약 23만 건으로 하루 평균 2만3000건에 달했다. 추석 당일과 다음 날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가장 많았는데 평일과 비교하면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응급실을 찾는 이유 중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에 데는 등 화상 사고가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어난 392건으로 집계됐다.

화상의 원인을 보면 탕국물, 뜨거운 물, 커피 등의 열탕 화상이 가장 많고 전기 그릴, 뜨거운 음식, 냄비, 프라이팬 등에 피부가 닿아 발생하는 접촉 화상도 적지 않다. 기름이 피부에 튀어 화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

많은 양의 음식을 한꺼번에 준비하면서 국이나 식혜, 수정과 등을 끓인 큰 냄비를 베란다 등에 두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 아이들이 이렇게 둔 냄비나 솥에 빠지게 되면 재빨리 일어나지 못해 화상의 깊이가 깊고 넓은 중증 화상이 될 수 있다.

베스티안 서울병원의 이누가 화상센터 과장은 “기름은 물과 달리 점성이 높아 피부 표면에 달라붙어 잘 제거되지 않고 화기가 깊게 전달돼 피부의 진피 층까지 손상될 수 있다”며 “기름에 데었을 때는 우선 기름기를 수건으로 빨리 닦은 뒤 시원한 물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촉화상은 범위가 넓지 않지만 깊은 화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화상을 입었다면 우선 차가운 물로 화상 부위를 충분히 식혀야 한다. 통증을 줄여주고 피부 온도를 낮춰 세포 손상을 줄일 수 있다. 또 부종과 염증 반응을 줄여줘 추가적인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

옷 위에 뜨거운 물이나 음료를 쏟아 피부와 옷이 달라붙었다면 옷을 입은 채로 흐르는 물로 식혀준 뒤 가위로 옷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발생한 수포(물집)는 세균 감염이 될 수 있어 임의로 터뜨리거나 벗겨내서는 안 된다. 상처 부위에 알코올 같은 자극성 소독제와 감자, 얼음 등을 문지르는 행동은 삼가도록 한다. 얼음을 사용하면 혈관이 수축해 피가 잘 돌지 못하고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명절#채식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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