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무장론’까지 꺼내들자… 北, 71일만에 응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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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달 하순 실무협상 용의”
“北 협상복귀 안하면 트럼프 실망” 폼페이오 노골적 경고 메시지
하루만에 최선희 ‘한밤 담화’ 발표, ‘새 계산법’ 요구… 성사 미지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미 외교 실무 사령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9일 전격적으로 이달 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화 형식으로 발표하면서 6월 말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이후 두 달 넘게 공전 상태에 있던 양측 간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다시 일고 있다. 미국 측으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연이어 발신된 가운데 나온 북한의 반응으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최 제1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담화에서 “나는 미국에서 대조선 협상을 주도하는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조미 실무협상 개최에 준비되어 있다고 거듭 공언한 데 대하여 유의하였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8일(현지 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지 않거나 미국과 합의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 미사일 시험을 강행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것”이라며 상당히 노골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낸 직후 하루 만에 최 제1부상의 이 같은 반응이 나온 것이다. 앞서 6일(현지 시간) 미시간대 강연에서 나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한일 핵무장 가능성’ 발언 역시 판문점 회동으로 어렵게 살린 외교적 동력이 전부 소모되기 전에 조속히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압박이었다. 외교 당국자는 “지금까지 북-미 정상 간 좋은 관계로 대화가 이어져 왔지만 이게 계속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미국이 (북-미 정상 간 좋은 관계가) 유한할 수 있다는 걸 북한에 알리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지난 몇 달간 지속적으로 우리 외교당국에도 ‘기회의 창이 영원히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기류를 전달하며 북한의 조속한 대화 복귀를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협상 결렬 후 북핵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워싱턴 정가 내 ‘대화파’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전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판문점 3차 북-미 정상회담 후 제시됐던 실무협상 재개 ‘1차 데드라인’인 7월 중순이 지켜지지 않고 ‘2차 데드라인’으로 여겨졌던 ‘8말 9초’마저 어긋나는 분위기가 굳어지면서 미국의 인내심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외교소식통은 “실무협상 재개가 계속 지연될수록 미국 측의 실망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무협상이 열리지 않는 현 상황을 결코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하며 각각 대화와 압박 수단을 지지해온 것으로 평가되는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갈수록 충돌하고 있는 것도 실무 대화 재개 시점을 결정할 주요 변수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6일(현지 시간)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회의장 밖에선 거의 얘기도 나누지 않는다”며 “둘 간의 긴장 구도가 전면적 적대관계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계속 대화 재개를 미루다간 오히려 더 기회를 잡기 어려울 수 있었는데 최 부상의 이날 제안으로 북한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는 얘기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미 비핵화 협상#김정은#트럼프#미국#핵무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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