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마 엑소더스…허리케인 ‘도리안’ 휩쓸어 44명 사망 이재민 7만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수도-美남부 향한 비행장 북새통
트럼프, 도리안 이동경로 알리며 엉뚱한 앨라배마 포함 혼란 야기
美기상청, 관련 논평 함구령

허리케인 ‘도리안’ 때문에 도시가 완전히 파괴된 바하마 아바코섬 주민들이 수도 나소로 떠나기 위해 8일 항구에 
줄지어 서 있다. 1일부터 사흘간 바하마를 휩쓴 도리안으로 사망자가 최소 44명, 이재민 7만 명이 발생했다. 제반 시설이 90%
 이상 파괴된 지역도 있어 복구에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바코=AP 뉴시스
허리케인 ‘도리안’ 때문에 도시가 완전히 파괴된 바하마 아바코섬 주민들이 수도 나소로 떠나기 위해 8일 항구에 줄지어 서 있다. 1일부터 사흘간 바하마를 휩쓴 도리안으로 사망자가 최소 44명, 이재민 7만 명이 발생했다. 제반 시설이 90% 이상 파괴된 지역도 있어 복구에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바코=AP 뉴시스
이달 1일부터 허리케인 ‘도리안’이 휘몰아쳐 큰 피해를 입은 바하마 주민들이 속속 고국을 탈출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9일까지 공식 집계된 사망자는 44명, 이재민은 약 7만 명이다. 탈출자들은 대부분 피해가 적은 수도 나소,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주요 공항과 부두가 극심한 혼잡을 겪고 있다.

바하마제도의 약 700개 섬 중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아바코섬이다. 인프라의 90%가 파괴돼 주민 2만여 명 대부분이 섬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레이트아바코섬, 그랜드바하마섬 등도 피해가 상당해 도로, 전기 등 주요 인프라가 대부분 파괴됐다. 이 섬들에는 종잇조각처럼 구겨진 차, 끊어진 전선, 각종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이 와중에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어 적막만이 가득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세 섬에 남아있는 주민들은 식수, 생필품, 전기, 잠잘 곳 등이 부족해 신음하고 있다. 헤르버 페르호설 유엔 세계식량계획 대변인은 “미국이 식량 8t을 지원하는 등 구호물품이 도착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 와중에 아바코섬과 그랜드바하마섬에서는 이재민으로부터 돈을 받고 민간 항공기를 통한 탈출을 시켜주는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태가 심각해지자 당국은 이재민들에게 돈을 받는 민간 항공기는 비행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도리안 경로 발표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행(奇行)’ 논란도 뜨겁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미 남부 앨라배마주가 도리안 예상 피해 지역이 아님에도 “앨라배마주가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해 큰 혼란을 야기했다. 대통령이 허리케인 경로에 대해 일종의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후 주요 언론이 수차례 이를 지적했지만 그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더 큰 비난에 직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과 산하 국립기상청(NWS)이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직원들 입단속에 나섰다고도 보도했다. 한 NOAA 고위 인사는 직원들에게 “대통령 주장과 상충하는 의견을 내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바하마#허리케인#도리안#엑소더스#미국#트럼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