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경절 앞두고… 베이징 마트에 식칼이 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70주년 열병식 사상최대 예상… 안전위해 위험물 모두 없애
톈안먼 광장엔 기자도 출입 제한, 예행연습때 대중교통도 중단
“최신형 ICBM 나올 것” 관측도

“식칼 등을 진열대에서 모두 치우고 팔지 말아라.”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北京) 남부 펑타이(豊臺)구의 징선하이셴(京深海鮮)시장 상인들에게 공안(경찰)이 “10월 1일 중국 정부 수립 70주년 기념일(국경절)을 앞두고 ‘보안 상황’에 돌입했다”며 이런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공개한 이 시장 관리부의 통지문 사진에 따르면 상인들은 식칼, 도끼, 석유통은 물론이고 과도, 가위도 팔 수 없으며 이를 어기면 “1만∼10만 위안(약 167만∼167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경고했다. 취재진이 9일 찾은 베이징 시내의 한 대형마트 직원도 “(시내) 정규 마트들은 모두 식칼을 팔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국은 다음 달 1일 정부 수립 7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베이징 중심 톈안먼(天安門) 광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열병식과 군중 퍼레이드 등 각종 기념행사를 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열병식에 앞서 톈안먼 망루에서 연설한다. 이에 대비해 베이징 전역에서 경계가 대폭 삼엄해지고 각종 통제 강화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톈안먼 광장에 외신 기자들이 들어가는 것도 막고 있다. 취재진이 6일 지인들과 함께 관광 목적으로 광장에 들어가려 할 때도 제지당했으며 “휴대전화 촬영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7일 밤부터 8일 새벽 톈안먼 광장 일대에서는 9만여 명이 참가한 열병식과 퍼레이드 예행연습이 벌어졌다. 베이징 중심 도로인 창안(長安)대로 등 톈안먼 광장 주변 도로가 이 시간에 전면 통제돼 버스 운행까지 중단되고 주변 지하철역도 폐쇄돼 무정차 통과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교통 정체 사진과 불만 등이 검열 당국에 의해 삭제되는 등 소셜미디어 검열도 크게 강화됐다.

베이징 고위 소식통은 9일 “중국은 다음 달 1일 열리는 열병식에 외국 정상은 초청하지 않고 내부 행사로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열병식의 규모는 2015년 9월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열병식보다 더 크게 치러져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고 중국 관영매체들은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열병식에서 새 무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41을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RFA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열병식이 열릴 톈안먼 광장 주변의 창안대로 약 4km 구간 도로변의 가로등과 일부 교통안내판 등이 철거돼 둥펑-41 등 대형 미사일차량 통과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베이징 이외 지역에서 베이징행 열차에 탑승할 때는 보안검사를 2번 받아야 한다. 베이징으로 배달되는 택배와 소포도 신분 확인과 물품 검사를 통과한 뒤에야 보낼 수 있다. 클럽과 노래방 등 베이징 유흥시설들도 다음 달 1일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 조치가 취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소리(VOA)는 9일 “다음 달 1일 행사 당일 푸른 하늘을 유지하기 위해 베이징 주변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또 중국 정부를 비판해 온 인사들에게는 “외신과 인터뷰하지 말라”는 당국의 경고가 내려왔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중국#국경절#열병식#톈안먼 광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