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같은 말이 진담으로…‘조국 법무장관’ 찍었던 文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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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9일 1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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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장관. ©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장관. © 뉴스1
“비(非)검찰 출신에 결단력 있는 조국 교수가 법무부장관을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2011년 12월7일 서울에서 열린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토크콘서트장. 사회를 본 조국 서울대 교수는 저자 중 한 명이자,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대통령이 되면) 법무부장관에 누구를 임명할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문 이사장은 관객석을 향해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청중은 크게 환호했다. 조 교수는 이에 “저는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 말고는 욕심있는 자리가 없다”고 웃음으로 넘겼다. 2019년 9월9일 문 이사장의 농담 같은 말은 진담이 됐다.

두 사람은 고향부터 성격까지 통하는 부분이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고향은 부산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주요 무대는 부산이나 다름없다. 부산 소재 경남중·경남고를 졸업했고 경희대 법학과를 졸업해 사법시험, 사법연수원을 거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에 법률사무소를 차렸다. 2012년에는 부산 사상에서 19대 국회의원도 했다. 두 사람 모두 꼼꼼한 성격에다 위법이나 불의를 참지 못한다는 것도 닮았다. 문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 조 장관은 법학교수 출신이다.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의 첫만남은 조 장관에 따르면 노무현정부(참여정부) 당시 한 회의에서다. 문 대통령은 당시 시민사회수석이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2004년 5월부터 2005년 1월까지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는데, 2004년 5월은 앞서 노 대통령에게 탄핵이 청구됐다가 헌법재판소의 기각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했던 즈음이다. 이후 두 사람이 ‘제대로’ 인사를 나눈 건 문 대통령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2010년 즈음이었다 한다. 이땐 문 대통령이 2009년 노 대통령 서거 후 인생의 격변기를 맞고 있던 때였다.

문 대통령은 여러모로 조 장관을 아꼈다. 대표적으로 조 장관이 2010년 ‘진보집권 플랜’이라는 책을 써 보내자 문 대통령은 책을 잘 읽었다는 평과 함께 오탈자, 통계 오류까지 잡아내 함께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자서전 ‘운명’을 통해서도 진보집권 플랜을 칭찬했다.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진보집권 플랜에 대해 “아주 좋은 책”이라고 언급하는 한편 “다음에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정부가 다시 들어섰을 때 그 책이 제시한 개혁과제 가운데 과연 얼마나 할 수 있을까”라고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조 장관은 2012년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나서자 TV찬조연설자로 나섰다. 문 대통령은 대선패배 후, 2015년 자신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당대표일 땐 ‘김상곤 혁신위원회’ 위원으로 조 장관을 임명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이 혁신위원장을 맡아주길 바랐으나 조 장관이 이를 고사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당시 혁신위에서는 공천룰 쇄신 등 당헌·당규 개정작업이 진행됐는데 조 장관은 누구보다 이를 착실히 완수해 문 대통령의 완전한 신임을 얻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2017년 5월11일에는 조 장관을 민정수석으로 전격 발탁했다.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조 장관을 민정수석으로 발탁한 문 대통령의 인선 배경에 대해 “비검찰 출신 법학자를 임명함으로써 권력기관을 정치에서 독립시키는 동시에 권력기관 개혁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2년2개월을 재직하면서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사법·검찰개혁에 본격 나섰다. 문 대통령은 서류를 검토하다가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종종 실장, 수석 등에게 전화를 걸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곤 했는데 조 장관은 수석으로 재임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질책성 지적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장관은 민정수석일 당시 문 대통령이 노무현정부 때 재임한 ‘민정수석 2년4개월’의 기록을 깰 생각은 없다고 공공연하게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임기가 2년이 넘어가면서부터 조 장관의 거취에 관심이 모였던 터다. 이로 인해 조 장관이 정치에 선을 그었음에도 청와대 안팎에선 조 장관에게 ‘총선에 나서라’는 제안이 적지 않았는데, 조 장관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이미 그의 거취는 오래 전 문 대통령과 약속처럼 정해져있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5월9일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특집대담에서 ‘조 수석이 사법제도 개혁 등에 있어 일정 부분 소임을 다했다고 봐도 되나’라는 취지의 물음에 “이제 (그런 개혁을) 법제화하는 과정이 남아있으니 (조 수석이) 그런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주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조 장관과 함께 청와대에서 일할 당시, 그에 대해 “대통령만을 위해 싸우다 죽는, 삼국지의 조자룡 같은 사람”이라고 평한 바 있다. 조자룡에 대해선 여러 말이 있지만, 늘 주군인 유비를 수행하며 그를 보호하는 최측근 인물로 칭해진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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