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새우칵테일[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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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셰프 제이미 올리버. 레스토랑 파산 과정 동안 식이요법에 돌입해 살이 빠지기 전(왼쪽)과 후. 데일리 익스프레스 웹사이트
영국의 유명 셰프 제이미 올리버. 레스토랑 파산 과정 동안 식이요법에 돌입해 살이 빠지기 전(왼쪽)과 후. 데일리 익스프레스 웹사이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영국 음식은 맛이 없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영국 음식은 ‘3b’라는 평판이 있겠습니까. 즉, boring(지루하고), bland(풍미 없고), boiled(모든 음식을 그냥 삶아버리는)라는 것이죠. 음식은 맛이 없을지 모르지만 영국에는 유명한 셰프가 꽤 있습니다.

제이미 올리버도 그중 한 명입니다. 점잔 빼는 미국 셰프들과는 달리 열정적이고 통통 튀는 스타일로 유명합니다. 최근 그가 운영하는 42개 레스토랑이 파산했습니다.

△“He offers a prawn cocktail in an age of fusion sushi.”

음식도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는 20여 년 전 TV 쿠킹 프로그램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당시 인기 있던 파스타 피자 등 5, 6개 메뉴들로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레스토랑 개업 10년 동안 더 이상 메뉴 개발은 없었죠. 영국의 한 유명 셰프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퓨전스시가 대세인 시대에 (올리버는) 새우칵테일을 고집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새우칵테일은 좀 고루한 전채요리입니다. 요즘은 좀 더 창의적인 퓨전요리들이 새우칵테일을 대체하고 있죠.

△“Americans just didn’t like being lectured on what to eat.”

그는 대다수 영국 유명인들처럼 미국에 진출했지만 실패했습니다. 2010년대 초반 미국 TV에 쿠킹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6개월도 안 돼 막을 내렸습니다. 그는 실패한 이유에 대해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합니다. “미국인들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설교를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It’s as simple as that.”

레스토랑이 망한 후 ‘사과 투어(apology tour)’에 나섭니다. 언론매체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다 내 잘못이오”라며 고개를 숙이는 것이죠. 그는 “파산을 막아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돈도 다 떨어졌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그게 전부다”라고 말합니다. 다른 이유는 없다는 것이죠. ‘It’s as simple as that’은 미국 영화나 드라마 볼 때 꼭 한 번씩은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예컨대 “참 간단한 얘기야”라고 말할 때 “It’s simple”이라고 하지 말고 “It’s as simple as that”이라고 하면 고급스러운 영어가 됩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레스토랑 파산#제이미 올리버#퓨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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