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킹’ 심바의 아들처럼 야생 사자들도 왕위 계승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8일 14시 36분


코멘트
동아일보DB.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동아일보DB.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게 다큐멘터리야, 애니메이션이야?’

생생한 화면으로 돌아온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은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의 사자 왕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다. 희망 가득한 라스트 신 역시 감흥 가득 했다. 새로운 왕 심바와 왕비 날라 사이에 태어난 아기 사자를 예언자 라피키가 높이 치켜들며 온 세상에 다음 왕의 존재를 알리는 그 장면 말이다. 그런데 잠깐, 야생의 진짜 사자들도 이렇게 왕위를 계승할까?

자연의 사자 왕국은 덩치 큰 수컷(들)이 ‘킹’이 되어 무리를 이끈다. 킹은 혼자일 수도 있고 둘 셋일 수도 있는데, 왕비가 혼자인 경우는 거의 없다. 암컷 사자 모두가 서열 없는 왕비가 되니 말이다. 따라서 ‘세자’ 또한 따로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수컷 새끼들은 태어난 지 2년쯤 되면 무리를 떠나야 한다. 근친혼을 방지하기 위한 생존의 지혜인데, 예외가 없으니 야생이라면 심바의 아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

자, 어른들 가득한 집에서 독립했으니 이제 자유를 만끽할 일만 남은 걸까? 그럴 수도 있지만 삶에는 자유보다 우선인 게 있다. 먹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왕국을 떠나는 순간 영역도 없고 가족도 없다 보니 사는 게 막막해진다. 게다가 덩치는 벌써 산만하다. 하이에나 같은 경쟁자와 대적하기에는 좋지만, 가젤을 사냥하기에는 너무 크다. 덩치는 큰데 사냥 능력이 미숙하다 보니 굶어 죽을 가능성이 날마다 커진다.

이런 녀석들을 방랑 사자라고 하는데 3, 4년 정도 지속되는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사자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쉬운 생활이 아닌 것이다. 다행히 처지가 같은 다른 방랑 사자와 ‘의형제’를 맺으면 생존력을 높일 수 있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심바가 그랬던 것처럼 이 과정을 이겨내는 녀석들이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더 우람해지고 강해지는 녀석들이 있다. 이들은 어느 날 힘이 갖춰졌다 싶으면 기존 왕국의 왕들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결투를 신청하는 것이다. 이기면 그날로 왕이 되지만, 지면 다시 초원을 떠돌아야 하기에 녀석들의 결투는 무시무시하다. 서로 으르렁거리는 포효를 통해 상대의 능력을 가늠하는 전초전을 며칠 밤낮이나 할 정도다. 가능성이 있다 싶으면 대결에 나서는데, 방랑 생활에서 터득한 ‘산전수전 공중전’ 능력이 승부를 가른다.

이러니 심바의 아들처럼, 태어난 왕국에서 왕이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왕이 될 수는 있지만 왕위를 물려받을 수는 없다. 어떤 ‘금수저’도 예외 없이 거쳐야 하는 제왕의 자격 조건이다. 모든 사자들에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다.’

한 마디로 수컷 사자는 사자로 태어나서가 아니라 방랑이라는 험난한 삶의 테스트를 이겨내야 제왕이 된다. 핏줄과 출신이 아니라 능력을 우선하는 이런 시스템이 초원의 제왕을 탄생시킨다. 혼자서도 거뜬하게 잘 살았으니 무리를 거느리면 최강이 되는 건 자명한 이치. 우리가 한 수 배워야 할 제왕의 비결이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