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에 손잡았던 文정부-윤석열, 루비콘강 건넜나?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7일 1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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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재직 중인 경북 동양대학교 등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인 뒤 압수물 분석에 주력 중이다. 2019.9.5/뉴스1 © News1
윤석열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재직 중인 경북 동양대학교 등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인 뒤 압수물 분석에 주력 중이다. 2019.9.5/뉴스1 © News1
청와대와 여당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간 문재인정부와 보조를 맞춰왔던 ‘윤석열 호(號) 검찰’이 피의자 소환조사도 없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부인을 전격 기소하면서 문재인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여권의 비판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 윤 총장의 앞으로의 행보도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6일 오후 10시50분 사문서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불구속기소했다. 정 교수는 지난 2012년 9월7일 조 후보자의 딸 조모씨가 받은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이같은 전격 기소는 표면적으로는 해당 혐의의 공소시효가 이날 자정에 만료됨에 따라 늦게 기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사문서위조죄는 공소시효가 7년이다.

또 혐의를 입증할 진술과 증거를 이미 충분히 확보한 만큼 ‘봐주기 수사’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기소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7일 뉴스1과 통화에서 “검찰이 이런 상황에서 수사와 기소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분명 나올 것”이라며 “윤 총장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 총장이더라도 수사와 기소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선 이번 기소는 검찰총장으로서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윤 총장의 소신이 반영됐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 총장은 여권이 피의사실 공표 의혹으로 검찰 때리기에 나서자 내부에 ‘검사는 수사를 하라’는 원칙적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7월25일 취임사를 통해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선 안 된다”며 형사 법집행 권한 행사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바도 있다.

일각에선 “올 게 왔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을 위해 손을 잡아왔던 여권과 윤 총장이지만,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려는 문재인정부와 ‘뼛속까지 검사’인 윤 총장의 충돌은 이미 예견돼 왔었던 것이라는 점에서다.

취임 초기 인사문제로 리더십이 잠시 흔들렸던 윤 총장으로선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착수를 계기를 검찰 내부가 단단하게 결속하고 있는 데다 청와대 등 여권이 조 후보자의 문제를 여권과 검찰간 갈등구도로 몰고 있는 만큼 이번 수사에서 물러설 수 없는 지점들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장검사는 “지금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는 윤 총장은 물론 검찰로서도 명운이 걸린 사건”이라며 “이는 조 후보자와 여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조 후보자의 문제를 조 후보자와 여권이 스스로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검찰이 개혁에 저항한다’, ‘정치검찰’이라는 프레임으로 만들어 버려서 우리로서도 다른 선택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인사이자 ‘살아있는 권력’으로까지 평가받는 조 후보자를 향해 칼을 빼든 만큼 문재인정부와 윤 총장의 동행은 앞으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여권은 검찰이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수사에 나서고, 인사청문회 당일 정 교수를 전격 기소한 것은 ‘정치 검찰’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대대적인 검찰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해 검찰이 조 후보자 관련 의혹 수사를 통해 조직적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여권은 윤 총장을 향해 ‘정치검찰 복귀’, ‘제왕적 검찰총장’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물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밀누설죄를 범한 윤석열 총장을 처벌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청원글은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 22만6094명의 동의를 받았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번 청원글을 올렸던 전모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같은 취지로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누른 바 있다.

대통령비서실장실 소속의 한 행정관은 전날(6일) 페이스북에 “필요하다면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서면으로 행사해야 하며, 검찰총장이 장관의 적법한 명령을 듣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검란은 바로 잡아야 한다. 정의구현을 위한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아닌 조직이기주의에 기반한 칼춤은 강제로 멈추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과 검찰은 여권의 공세에 신경쓰지 않고 뚜벅뚜벅 수사를 해 나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 검찰이 대응할 게 있겠느냐. 제대로 일하는 것밖에 없을 것”이라며 “검찰총장은 임기가 보장된 것인데, (여권에서) 거취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 맞지도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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