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보자”해 갔더니… 취업 대신 교육비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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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도 어려운데 허위 구인광고까지… 취준생 두 번 울리다
최악 취업난에 취업사기 기승

‘2019년 상반기 호텔·카지노·콘도 신입사원 채용.’

지난해 7월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 준비에 한창이던 조광현 씨(26)는 올해 4월 초 온라인 취업 중개사이트에 올라 온 A회사의 채용공고를 확인했다. 평소 호텔업계에서 일하고 싶어 했던 조 씨는 곧바로 이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회사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대형 호텔의 인력 채용을 대행해 주는 업체”라며 “제출한 이력서를 확인했으니 깔끔한 옷차림으로 면접을 보러 오라”고 알려줬다.

조 씨는 졸업 후 8개월 동안 여러 회사에 입사 지원을 했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다. 그런 조 씨였기에 면접을 보기로 한 날 그는 절박한 마음으로 A회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회사 측이 알려준 주소로 찾아갔지만 그곳에 A회사는 없고 대신 ‘호텔리어 양성학원’이 있었다. 어리둥절해하는 조 씨에게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호텔 직원 채용을 대행하고 있어 대형호텔에 100% 취업시켜 줄 수 있다”며 “그런데 취업을 하려면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교육비가 150만 원이 든다”고 했다. 조 씨는 속았다는 것을 알고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 취업준비생 울리는 허위·과장광고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허위·과장광고가 취업 준비생들을 울리고 있다.

국정과제 1순위를 일자리 창출로 꼽았던 정부가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의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8%다. 1999년 이후 7월 청년 실업률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 실업률은 올해 2월 9%대로 올라선 이후 줄곧 9∼11%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취업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자 취업준비생들은 큰돈을 들여서라도 취업 컨설팅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광고에 설명돼 있는 내용과 달리 수업 내용은 부실할 때가 많다. 울산에 사는 박모 씨(26·여)는 대학 졸업 후 6개월이 지나서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취업 컨설팅 업체에 등록했다. 등록을 위한 상담을 할 때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기존 수강생들의 취업 실적을 자랑하면서 ‘원하는 곳 어디든 취업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박 씨는 150여만 원을 내고 ‘13주간 수업, 7주간 스터디’로 구성된 강좌에 등록했다.

하지만 박 씨는 며칠 지나지 않아 강좌에 등록한 것을 후회했다.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되는 강의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강사는 매주 글쓰기 숙제를 내주고는 ‘글이 두서가 없다’ ‘현장감이 없다’는 등의 막연한 피드백만 늘어놓았다. ‘고쳐 주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으니 알아서 고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등록을 취소하고 수업료를 환불받고 싶었다. 하지만 수강 등록 전에 작성한 ‘계약서’에는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듣고 나면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었다. 강사는 “수강 등록 취소와 관련한 재판에서 우리가 승소한 적이 있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수고비를 요구하거나 허위 구인광고로 개인정보를 빼내는 등 취업을 미끼로 한 범죄도 취업 준비생들을 울린다. 경찰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검거한 취업 사기 범죄 사례를 들여다보니 취업을 알선해주겠다면서 수고비나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았다. 2016년 7월 부산에서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교육비 9000만 원을 내면 사업용 비행기 조종사 면허를 취득하게 해 주고 취업도 시켜주겠다”고 광고해 20대 취업 준비생 등 187명으로부터 103억 원을 받아 챙기는 취업 사기가 있었다.

채용광고를 보고 찾아온 구직자들로부터 개인정보를 받아낸 뒤 이를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인터넷에 허위 구인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지원한 구직자들에게 입사서류를 낼 때 신분증을 함께 제출할 것을 요구한 뒤 이를 계좌 개설과 보험 계약 등에 활용한 50대 남성을 붙잡기도 했다.

○ 계좌 비밀번호, 금품 요구하는 업체 주의

경찰과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은 구직자가 주의하면 취업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입사 지원 단계에서부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회사는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원 단계에서 주민등록등본, 신분증, 인감 등을 요구하는 경우는 개인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한 허위 구인광고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또 입사한 뒤라도 회사 측에서 계좌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에도 의심해야 한다. 급여 입금을 위한 계좌정보는 통장표지 사본 한 장이면 충분하다. 회사가 교육비나 알선비 등 이런저런 명목을 갖다붙여 돈을 요구하거나 비품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엔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 신입사원을 교육하면서 교육비를 요구하거나 교재 등의 물품 구입을 강요한다면 취업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려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취업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이나 워크넷을 통해 지원하려는 회사의 정보를 미리 조회해 보는 것이 좋다. 문제가 있는 회사는 아닌지, 업체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 채용 광고에 나와 있는 정보가 실제와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취업 준비생들을 울리는 취업사기 범죄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달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취업사기를 집중 단속한다.
 
김은지 eunji@donga.com·조건희 기자
#취업 사기#허위 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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