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檢 내부 통신망에 “조국 딸 정보 유출, 채동욱 혼외자때와 유사”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6일 14시 45분


코멘트

조국 인사청문회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올려
"과거 채동욱 부도덕한 사람으로 매도돼 사퇴"
"검사 정치행위 관여, 자제하는 게 맞다" 지적

현직 검사가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두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이 떠올랐다’는 글을 내부망에 올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박모(46·사법연수원 29기)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적법절차, 검사의 독립, 의사표현의 자유를 생각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우선 박 검사는 조 후보자에 대해 ‘법무부 장관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퇴를 촉구한 임모 검사의 글을 언급했다. 임 검사는 지난 4일 이프로스에 “조 후보자는 이미 과분한 자리를 노리다가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며 “지금이라도 족함을 알고 스스로 물러나 자신과 가족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박 검사는 “저는 부도덕을 이유로 타인에게 돌을 던질 생각이 없다”며 “국회의원이 후보자 자녀의 생활기록부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부도덕성을 질타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채 전 총장이 부도덕한 사람으로 매도돼 사퇴한 사건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초기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채 전 총장은 한 언론에 의해 불거진 ‘혼외자’ 논란으로 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정보 유출에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외압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 검사는 “두 사건 모두 공직자(후보) 본인이 아닌 가족의 개인정보를 취득해 공직자의 부도덕성을 부각시켰다는 측면에서 같은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후보자 본인이 억울함을 토로하며 사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그의 의사를 반(反)해 계속해서 사퇴를 압박하는 언론 기사를 봤다”며 “마치 밤샘 수사를 하며 계속 자백을 강요·추궁하는 오래전 수사기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가 과도하다고 지적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박 검사는 “이런 상황이면 사퇴 의사가 없는 후보자가 아닌, 임명 권한을 가진 대통령을 설득해 임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적법절차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 검사의 글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검사는 “검사가 입법부, 행정부, 정당 등 외부 국가기관과 세력에 대한 정치적 독립을 표방한다면 정치 행위에 관여하는 것은 매우 특수한 경우 이외에는 자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고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며 “옳으냐 그르냐의 당부, 적정성의 문제는 공론화돼 여러 사람들이 대화, 토론하면서 결정될 일이지 처음부터 시시비비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고도 적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