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철회됐지만… 홍콩야당 “계엄령 발동 판 깐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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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행정장관 “철회 결정 中지지”… 中이 지시했는지 여부엔 답 안해
中언론 “시위뒤엔 색깔혁명 검은 손”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홍콩인을 중국에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법’ 철회 결정을 중국 정부가 지지했다고 5일 밝혔다.

전날 인도법 공식 철회를 전격 발표했던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앙정부의 지시를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답을 피하며 “법안은 홍콩 정부가 추진한 것이고 법안 추진의 다양한 단계에서 나를 지지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법안 철회 뒤에도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중국 정부가 법안 철회를 자신에게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은 채 “(법안 추진과 철회) 전체 과정을 중앙정부가 알고 있었다”고 답한 것이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람 장관이 법안 철회 이틀 전인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법을 둘러싸고 발생한 사태는 이미 완전히 변질됐다. 소수 폭도들의 목적과 창끝이 향하는 곳은 인도법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같은 날 공산당 간부교육기관인 중앙당교에서 ‘중대한 투쟁의 영역’으로 홍콩 마카오 대만을 지목했다. 그러자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인 샤커다오(俠客島)가 시 주석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홍콩에서 발생한 폭력사건 배후의 색깔혁명(정권교체 운동)에 검은손이 있다는 걸 모두 잘 안다”고 주장했다. 홍콩의 현재 시위가 인도법과 관련 없는 색깔혁명이라고 규정하면서 시위대가 내건 5대 요구 가운데 인도법 철회만 수용한 셈이다.

이 때문에 홍콩 야당에서는 “시위가 계속되면 람 장관이 이미 모든 성의를 다했으나 별수 없이 강하게 진압해야 한다고 내세울 것”이라며 “(계엄령인) 긴급법 발동을 위한 판을 깐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반중(反中) 반정부적 분노를 표출하는 10, 20대 젊은층을 무력 진압하고 체포하기 위한 명분을 만든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 홍콩에서는 경찰의 시위대 진압이 지나치게 강경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만 람 장관은 ‘긴급법’ 발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인도법 철회) 발표의 유일한 목표는 시민과 대화의 길을 여는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6월 200만 시위 등을 주최해온 홍콩 민간인권진선(陣線)은 “5대 요구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요구인 ‘경찰의 폭력을 조사할 독립조사위원회 설치’가 수용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이 단체는 2일 시작해 2주간 계속될 예정인 대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끝나는 15일에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범죄인 인도법#홍콩 반중시위#캐리 람#중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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