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 빛나는 건 ‘숫자’…홍콩서 ‘저항의 상징’ 됐다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5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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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틱톡 영상 등을 소개한 환구시보 뉴스 영상 캡처>
<중국 틱톡 영상 등을 소개한 환구시보 뉴스 영상 캡처>
위기 상황에서 외우기 쉽고 이해하기도 좋은 숫자가 납치 상황의 수신호로, 그리고 홍콩 시위에서는 저항의 은어로 쓰이고 있다고 영국 BBC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영상공유 앱인 틱톡에서는 최근 한 영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상 속 한 소녀는 공항에서 낯선 남성과 함께 어딘가로 가고 있다. 도와달라고 외칠 수 없는 소녀는 ‘OK’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OK와는 반대로 손등쪽을 내보인 손짓을 해보인다.

이를 본 행인은 즉시 그 남자에게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고 묻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 소녀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잡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 후 소녀는 부모님과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소녀가 보인 수신호는 약지와 새끼 손가락을 붙여 숫자 1을, 중지가 또 다른 1, 그리고 엄지와 검지가 동그라미로 0을 만들어 다 합쳐 110이라는 숫자처럼 보이게 한 것이었다. 중국에서 110은 우리나라의 112과 같은 긴급 경찰 연락번호다.

이 동영상은 공익캠페인처럼 보여서 일부는 중국 공안 당국의 후원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음에도 중국 당국은 중국의 인터넷 검열기관인 피야오를 통해 자신들이 이 영상과 관련이 없으며 이 수신호를 위기 상황에서 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홍콩 시위대의 수신호들
홍콩 시위대의 수신호들

그 후 소셜미디어상에서는 “도움을 외치는 것이 더 실용적”이며 “단순한 신호가 사람들을 오도할 수도 있고, 아무일도 아닌데 우발적인 개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대체로 이 수신호가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고,. 특히 엄격한 권위주의적 통제가 시행되는 나라에서 이 작은 행동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옹호했다.

이를 방증하듯 숫자는 중국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자주 쓰이고 있다. 사람들은 검열을 피해 1989년 천안문 광장의 학살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학살이 일어난 6월4일을 상징하는 ‘46’이나 ‘64’, 또는 ‘1989’와 같은 숫자를 사용한다.

홍콩에서는 선거인단에서 얻은 득표수를 기준으로 홍콩 지도자들을 표현한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777표를 얻어 이 숫자로, 전임자인 렁춘잉은 같은 의미에서 689로 표현한다.

한편 최근 홍콩 시위가 격화되면서 숫자는 아니지만 수신호가 시위대 사이에서 중요한 의사소통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위터 상에서는 고글이나 헬멧,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등을 뜻하는 수신호 그래픽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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