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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온 가족이 죽고 나서야 끝난 간병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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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온 가족이 죽고 나서야 끝난 간병의 비극

동아일보입력 2019-09-05 00:00수정 2019-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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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노모(老母)와 두 살 터울 지체장애인 형을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던 51세 남성이 3일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30여 년 동안 노모와 지체장애인 형을 부양했으나 간병에 지친 데다 생활고까지 심해지자 살인을 저지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모의 치매가 발병하고 형의 상태가 악화되면서 일용직이었던 그는 8개월 전부터 일을 그만두고 가족을 돌봐왔다. 이웃들은 그가 간병으로 거의 외출을 하지 못했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치매를 앓는 노인이나 장애인의 가족은 ‘숨겨진 환자’로 불린다. 완치라는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적인 수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인 건강이 악화되고 심리적으로도 취약한 상태에 놓인다. 온종일 가족을 돌보려면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따라온다. 이번 사건에서 노모와 형은 각각 방문요양보호서비스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도 지원받았으나 야간이나 주말까지 두 명을 간병해야 하는 둘째 아들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참혹한 범죄이지만 가족 간 간병 살인은 늘어나는 추세다. 급속한 고령화를 복지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2월에는 80대 치매 환자인 아버지를 10년간 돌보던 40대 아들이 ‘아버지를 데려간다’고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고, 4월에는 수년간 치매를 앓는 80대 아내를 돌보던 80대 남편이 그 아내가 요양병원 입원을 거부하자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2045년이면 한국은 65세 고령인구 비율이 37%로 세계 1위가 되는 ‘노인 국가’가 된다. 가족이 아프면 일을 할 수 없고, 순식간에 빈곤가구로 전락한다. 사회의 도움이 없으면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기꺼이 부양했던 가족을 벼랑 끝에 서서 살해하는 비극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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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간병#고령화#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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