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카니발부터 로봇 코스프레까지… EDM축제, 튀어야 흥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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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M페스티벌’ 콘셉트 경쟁 후끈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축제의 콘셉트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경기 과천시의 ‘일렉트릭 데이지 카니발 코리아’의 무대 전경(왼쪽 사진), 서울 마포구에서 7, 8일 열리는 ‘스펙트럼 댄스뮤직 페스티벌’의 출연진(가운데 사진), 다음 달 과천에서 개최되는 ‘이스케이프: 사이코 서커스 코리아’의 포스터. PRM 제공
10초가 멀다 하고 불꽃과 레이저가 쏟아진다. 기기묘묘한 의상을 입은 출연진이 객석을 누비며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10월에는 현장에서 비명 소리도 들릴 듯하다. 호러 판타지 요소를 탑재한 축제가 새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페스티벌 시장이 커지면서 음악 축제를 넘어 시각적 콘셉트의 격전장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경기 과천시 서울랜드에서 한국에 첫선을 보인 ‘일렉트릭 데이지 카니발 코리아’(EDC)는 남미의 축제 카니발에서 영향을 받아 무대 디자인과 출연진에 판타지 색채를 입혔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던 축제가 국내에도 소개됐다. 10월 25, 26일 과천에서 열리는 ‘이스케이프: 사이코 서커스 코리아’(이스케이프)는 핼러윈 즈음에 공포 체험, 서커스 텐트, 관객참여형 스토리를 도입한다.

7, 8일 서울 마포구 난지 한강공원에서 개최하는 ‘스펙트럼 댄스뮤직 페스티벌’(스펙트럼)은 아예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토리텔링 테마 EDM 페스티벌’을 수식어로 내걸었다. 매년 바뀌는 주제는 올해 ‘프로젝트 휴머노이드’로 잡았다. 미래적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펼쳐낼 계획이다.

무대 디자인은 점점 판타지 영화를 닮아가고 때로 세계관과 서사까지 동원된다. 록 페스티벌이 주춤하며 대형 야외 음악 축제 시장을 접수한 EDM 축제 시장에서 경쟁이 과열되면서 콘셉트 경쟁이 치열해졌다.

DJ들도 음악만 잘 트는 것을 넘어 기괴한 외모나 기행을 자랑해야 더 환영받는다. 거대한 쥐 가면을 뒤집어쓴 데드마우스, 인도의 음악과 서사를 접목한 카슈미르(이상 EDC 출연)를 비롯해, 코믹한 물구나무서기 춤으로 유명한 살바토레 가나치(스펙트럼), 거대한 마시멜로 가면을 쓴 DJ 마시멜로(이스케이프)가 동영상 공유 서비스의 인기를 발판 삼아 페스티벌 현장으로 관객을 이끄는 일등공신이 됐다.

국산 EDM 페스티벌 ‘스타디움(5TARDIUM)’이 슈퍼스타 DJ 없이 몇 년 새 시장 안착에 성공한 것 역시 국내 시장에 자극제가 됐다. 스타디움은 대형 야외 경기장에 객석을 둘러싸고 오각형으로 무대와 스피커를 배치했다. 공간적 집중도를 극대화한 데다 휴식시간에 서커스, 불꽃놀이, 레이저 쇼를 펼쳐 놀 거리와 볼거리를 끊이지 않게 했다.

여러 EDM 페스티벌을 홍보하는 PRM의 김세준 과장은 “화제의 동영상에서 봤던 바로 그 독특한 콘셉트를 육안으로 보고 즐기는 체험을 많은 관객이 기대하고 있다. EDM 시장이 호황을 이루면서 여러 페스티벌이 신설돼 백가쟁명하는 상황이어서 비슷비슷한 DJ 라인업은 지양하고 확실한 콘셉트로 자리매김해 롱런하려는 기획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록 페스티벌의 대안으로 떠오른 EDM 페스티벌이지만 시각적 콘셉트 경쟁만 과열되면 록 축제의 하향곡선을 따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21일 인천에서 열 예정이던 ‘트랜스미션 페스티벌’은 지난달 행사 취소를 선언했다.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등 일부 관객의 몰지각한 행태도 입방아에 오른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멀티미디어적 즐거움은 EDM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라면서도 “갈수록 무대 디자인과 부대시설에만 시선이 집중됨에 따라 정작 음악과 음악가 자체에 대한 관심은 점점 식는 듯해 아쉽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dm축제#edm페스티벌#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축제#로봇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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