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람 홍콩 장관 “내가 재앙 초래…그만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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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3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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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진=뉴시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진=뉴시스
홍콩에서 반중·반정부 시위가 석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내가 용서받을 수 없는 재앙을 초래했다”고 자책하며 “그만두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췄다.

3일(현지시간) CNN 등은 캐리 람 장관이 지난 주 기업인들과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이 담긴 녹음본을 입수해 공개했다.

외신들은 람 장관이 홍콩 시위를 촉발시킨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강하게 밀어붙인 자신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24분가량의 녹취본서 람 장관은 “할 수만 있다면 깊은 사과를 한 뒤 그만두는 걸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중앙 정부가 강요한 게 아니다”라며 송환법 추진이 자신의 결정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겐 홍콩 시위 해결을 위한 결정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현재 홍콩은 위기 해결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미국과 중국 간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홍콩시위는 중국의 국가안보 및 주권 문제가 돼버렸다”고 했다.

람 장관은 신변 위협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내 소재가 확산돼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거리에 나가면)검은 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쓴 반(反)중 시위대들이 나를 둘러쌀 것”이라고 근심을 표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다음달 1일 건국 70주년 국경절까지 시위를 진압하라고 홍콩을 종용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중앙 정부가 직접 무력 개입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람 장관은 중국 당국이 국경절이라는 시위 진압 마감시한을 부과하지 않았으며 시위 진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중국은 자신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막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홍콩의 국제적 지위가 손상되는 것도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나얀 동아닷컴 기자 nayamy9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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