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하고 싶을만큼 괴로운’ 캐리 람, 공개석상선 “안 물러나”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3일 0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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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자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며 지친 모습을 보였던 람 장관이 3일 공개 석상에서 사퇴 의사가 없다고 부인했다. 힘들고 지친 가운데에서도 사퇴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 하는 듯한 모습이다.

전날 로이터 통신은 람 장관이 홍콩 경영계 인사들과 만난 비공개 회의에서 한 사퇴발언이 담긴 24분 분량의 녹음파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녹음파일에는 시위대의 압박에 따른 심경을 토로하고 사태를 현재 상황까지 키운 스스로에 대한 자책의 내용도 포함됐다.

람 장관은 회의에서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밀어붙인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중국 정부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먼저 깊은 사과를 하고 사퇴하는 것”이라며 “행정장관으로서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자책했다.

아울러 그는 “이제 외출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며 “내 행방이 소셜미디어에 퍼질까 쇼핑몰과 길거리, 심지어 미용실도 갈 수가 없다”며 시위대의 압박으로 인해 현재 자신이 처한 처지를 한탄하기도 했다.

다만 람 장관은 중국 정부의 인민해방군 투입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는 인민해방군 투입 시 자국의 명성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점과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경제적인 타격이 있더라도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전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3개월여간 계속된 시위에 지칠대로 지친 듯한 모습을 보였던 람 장관은 3일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는 “중국 정부에 사직서를 제출한 적이 없으며 중국 정부 관계자와 논의해 본 적도 없다”며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퇴하지 않는 것이 내 선택”이라며 “지난 몇달동안 어려운 상황에 처한 홍콩을 돕기 위해서는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고 거듭 되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적인 대화에서 자신이 한 발언이 녹음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는 사실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개석상에서의 발언보다는 사적인 대화에서 한 발언이 그의 진심일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녹음파일 속에서도 그는 “헌법에 따라 중국 본토 국민과 홍콩 주민이라는 두 주인을 섬겨야 하는 홍콩 행정수반의 운신의 폭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해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람 장관이 지난 6월 송환법 입법을 추진하면서 몰고온 시위 물결은 지난 주말까지 13주째 주말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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