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조국 딸 의학논문 철회하라… 제1저자 기여 가능성 전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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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의혹 파문 확산]단국대 교수에 촉구… 징계여부 심의
“조국, 논문 폄훼 글 공유… 연구자 모독”

대한의사협회는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 씨(28)를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한 단국대 의대 장모 교수에게 스스로 논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조 후보자에게는 “의학연구의 가치를 폄훼하고 연구자들을 모독했다”며 “법무장관이라는 관직 앞에서 자신의 자녀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 교육자 본연의 양심마저 저버린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연구의 주제와 내용, 연구 진행 시기를 봤을 때 조 후보자 자녀가 고교생 신분으로 제1저자의 기여를 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조 씨가) 부분적 번역이나 단순 업무에 기여했을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제1저자라고 할 수 없고, 기여 정도에 따라서는 공저자에 오르는 것조차 과분하다”고 밝혔다. 국내외의 연구저자 관련 규정에 따르면 논문의 제1저자는 연구의 주제 선정과 설계, 자료 수집과 정리, 연구 수행과 결과 도출 및 논문의 저술을 주도하는 핵심 저자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이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번 사태를 책임저자였던 장 교수의 개인 연구윤리 문제로 한정짓는 것도 경계했다. 최 회장은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남은 공정경쟁인 ‘입시’를 통해 미래를 개척하려는 젊은 세대의 꿈과 희망을 추락시켰다”며 “이번 사태는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농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의협 중앙윤리심의위원회는 장 교수에 대한 징계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의협은 그간 윤리위와 대한병리학회의 논문 철회 결정에 영향을 끼칠까 우려해 의견 표명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조 후보자가 페이스북에 고교생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를 옹호하는 글을 공유하자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글은 “몇 분이면 끝날 간단한 통계 분석을 한 것이 논문의 전부이고, 성실한 고교생이 2주간 실험실 생활을 하면 충분히 쓸 수 있다”는 내용이다. 논문이 실린 학술지의 인용지수가 떨어진다며 학술지의 수준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런 글을 공유한 것은 조 후보자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의미”라며 “젊은 세대들이 절규하고 분노하는, 이 나라 미래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이 사태가 조국 후보자에게는 그저 일신의 영광을 위해 거쳐야 할 개인적인 작은 상처 하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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