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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신 한강터널 뚫는 로봇…소음없이 하루 6m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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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신 한강터널 뚫는 로봇…소음없이 하루 6m 전진

뉴시스입력 2019-09-02 14:14수정 2019-09-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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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산TBM, 지하철 대곡-소사 복선전철현장 효자노릇 '톡톡'
토사-암반양 측정 주변부 싱크홀 가능성 등 조기경보기 역할
발파터널 만드는 엔에이티엠(NATM) 공법 비해 가격은 비싸

지난달 30일 오후 2시4분, 서울 강서구 개화동에 위치한 지하철 대곡-소사 복선전철 공사현장.

지상에서 수직으로 57m 깊이에 조성한 공사현장에서는 터널 굴착 작업이 한창이었다. 철골 구조물이 바닥과 허공을 가로지르는 이 지하 공간에는 지름 8m에 달하는 대형 터널 3개가 양방향으로 거대한 입(입구)을 벌린 채 기자를 맞았다. 상층부의 암반에서 흘러나온 지하수가 뚝뚝 떨어지며 바닥을 적신다.

이 공사 구간이 바로 한강 하저를 일직선으로 관통하는 대곡-소사 복선전철 ‘2공구’다. 현대건설이 민간투자사업(BTL)방식으로 수주해 일부 구간을 공사중인 복선전철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월23일 일산과 파주까지 노선을 연장할 계획을 밝혀 관심을 끈 곳이다. 경기 고양시(내곡동)와 부천시(원미동) 18.3㎞ 구간을 오가는 노선으로 2021년 6월29일 준공 예정이다.

한강 밑바닥을 통과하는 하저 터널 2곳의 풍경은 이질적이다. 오후 2시20분, 점심식사를 마친 작업자들이 암반을 부숴 터널을 만드는 굴착작업을 한창 진행할 시간이지만 작업자들이 웅성이는 소리외에는 소음이나 진동을 느낄 수 없다. 폭약을 터뜨리거나 발파후 쏟아져 내린 암석과 홁을 옮기느라 분주한 여느 공사장의 풍경을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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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이나 소음을 줄인 비결은 ‘세그먼트 공법’에 있다. 독일에서 들여온 최첨단 로봇이자 굴착장비인 TBM(Tunnel Boring Machine)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 로봇은 강바닥에 통로를 만드는 전면의 쉴드, 부서진 암반이나 흘러내린 토사를 다시 갈아 내보내는 체임버(chamber) 등으로 구성된다. 1기당 몸값이 100억원대를 가볍게 웃돌고 수백억원대를 호가하는 제품도 있다. 제작에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초고가 장비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산 제품들이 시장을 석권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7~8m구경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이 진행중이다. 통신사의 지하 통신구 등을 뚫는데도 이 장비가 활용된다.

이 거대한 장비(TBM)가 한강 밑바닥에 뚫는 터널의 길이는 하루 평균 6m. 강바닥의 암반층을 부수고 조성한 터널에 둥그런 모양의 1.5m짜리 방수 세그먼트(링)를 하루 평균 4개씩 설치한다. 세그먼트 1기 설치에 드는 평균 소요시간은 1시간. 미리 준비한 반제품 7개를 360도로 하나씩 끼워 맞추며 세그먼트(링) 1개를 조립하는 방식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이성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그먼트와 세그먼트 사이의 구멍이나 틈에는 ‘시멘트 밀크’를 주입해 누수를 완벽히 막는다”고 설명한다.

기당 100억원을 훌쩍 웃도는 비싼 몸값의 TBM은 대개 극한의 환경에 투입된다. 작업 공간위로 강물이 흐르는 강바닥 이 대표적이다. 발파를 수반하는 엔에이티엠(NATM) 공법에 비해 장비 구매나 임대 비용이 추가로 들어 공사 단가가 높지만 소음이나 진동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안전하다는 강점이 있다. 현대건설은 한강 하저 터널 공사에 투입하기 위해 이 로봇 장비를 독일에서 2대 들여 왔다.

TBM의 또 다른 강점은 ‘조기경보기’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사람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어둠속 위험을 주시한다. 8m짜리 직경의 기기가 하루 6m씩 터널을 조성할때 생기는 암반이나 토사의 양을 미리 계산해 위험 발생여부를 선제적으로 판단한다. 기기가 채집한 토사나 암반조각의 양이 미리 설정한 기준치를 웃돌면 위험신호로 해석한다. 터널외 다른 곳에서 흙이나 암반조각 등이 흘러내려 부근에 싱크홀 등이 생겼을 개연성을 이 데이터가 한눈에 보여준다.

현재 이 독일제 장비가 뚫고 들어간 터널의 길이는 300m. 하루 6미터씩 50일 가량을 파고든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결과다. 로봇은 위험한 공사현장에서도 사람을 대체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장비가 300미터를 전진해 강바닥에 이미 진입했을 것”이라며 “일직선으로 나가다 보면 한강 건너편에서 수직으로 파고든 또다른 터널 발파현장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위험의 대명사인 발파 작업 현장도 달라지고 있다. 같은 날 오후 4시, 발파공법이 적용된 경기 부천시 원종사거리 병원 공사현장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장에는 엔에이티엠(NATM) 공법이 적용됐다. 지난 1982년 지하철 3호선 광화문-퇴계로 4가 구간, 4호선 동대문-서울역 구간에 최초 적용된뒤 고속도로, 철도 공사구간 등에 활용돼 왔다.

지하 47m 발파 현장 바로 위인 경기 부천시 원종사거리 인도에는 발파 진동을 측정하기 위한 계측기가 즉석에서 설치됐다. 발파직후 계측기에 나타난 진동 수치는 0.1kine(카인·㎝/sec). 진동에 극히 민감한 거주자들이 주택에서 미세한 떨림을 겨우 느끼는 수준이라는 게 대곡-소사 4·5공구 책임기술자인 임병선 건설사업 관리단장의 설명이다. 이 공사 현장에서는 하루 두차례 발파작업이 진행된다.

임 단장은 “밤 시간을 피해 오전 7~8시와 저녁 6~7시에 작업이 이뤄진다“면서 ”진동과 소음이 적어 그동안 민원도 거의 없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김창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차세대인프라연구센터장 겸 복층터널연구단장(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터널 관련 기술도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뤘다”며 국내 건설사들의 터널 기술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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