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미군, 아프간서 14개월 내 단계적 철수”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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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탈레반, 10개 항목 협의
수감된 탈레반 조직원 1만명 석방
탈레반은 아프간 군인과 외국인 등 석방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반군 탈레반간 평화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이 14개월내 아프간 주둔 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하도록 노력하기로 탈레반과 협의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복수의 탈레반 간부를 인용해 2일 보도했다.

대신 탈레반은 외국인이 아프간 영내에서 세계 각국에 위협을 주는 행동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22일부터 9월1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9차 평화협상에서 10개 항목을 협의했고 탈레반 집행부는 아프간 공용어 중 하나인 파슈툰 어로 이를 공유했다. 아사히는 탈레반 간부를 통해 이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평화협상 최대 쟁점인 미군 철수 시기는 향후 변경될수도 있지만 14개월 이내 단계적으로 완료하기로 양측이 의견을 모았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목표시기다.

철수 작업에 연단위 시간이 걸린다는 미군과 즉각 철수를 요구한 탈레반이 한걸음 다가선 모양새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1만명 넘게 수감돼 있는 탈레반 조직원은 ‘국내외 형무소에서 석방한다’고 명기했다. 양측은 실무선에서 석방 순서와 수순을 밟기로 했다. 아사히는 미국이 아프간 정부를 설득해 석방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측은 탈레반이 지켜야할 항목으로 ‘외국인이 아프간 영내에서 세계 각국에 위협을 주는 행동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명시했다. 외국인은 2001년 미국 9·11테러를 지휘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 잔존 세력을 의식한 문구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아사히는 미국이 외국인 전투원과 자금 조달도 허용하지 말 것도 촉구하고 있으나 탈레반은 이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들은 탈레반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관계를 단절하고, 아프간이 그외 이슬람 반군이 해외를 공격하는 군사적 거점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대가로 미국이 아프간 주둔 미군 1만4000명 중 일부를 우선 철수하는 것이 검토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아사히는 탈레반이 철수중인 미군을 공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아프간 군인과 외국 국적 수용자를 석방해야 한다는 내용도 협의 항목에 들어있다고 했다. 이는 탈레반이 감금하고 있는 미국인 대학교수와 호주인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도 했다.

인권과 표현의 자유 보장도 거론됐지만 1996년부터 2001년까지 계속된 구 정권(탈레반 정권)하에서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은 여성의 권리는 “이슬람의 가르침과 전통을 따르는 형식으로 지킨다”는 조건부로 반영됐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탈레반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아사히에 “여성이 교육 받을 권리와 직업선택 권리를 빼앗지는 않겠지만 국가원수가 되는 건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간 휴전 협상 방향도 협의됐다. 탈레반은 당장 아프가니스탄 정부 대표자 등과 대화에 나서고 다른 민족, 정당과 권력을 나누는 포괄적 정권 수립을 목표로 삼는다는 방침이 포함됐다.

탈레반의 권력독점을 막아 정치적 정세(政情) 혼란없이 철군하고 싶어하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내용이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탈레반은 아슈파르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를 미국의 괴뢰정권이 비난하면서 직접 협상을 거부해왔다.

다만 양측은 9차 평화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아하시는 전했다. 하지만 다음 협상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을 보증인으로 한 합의를 도출한다는 생각에는 일치했다.

잘메이 할릴자드 미국 아프간 특사는 1일 오후 카불을 방문해 가니 대통령에게 협상 현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아사히는 당면 현안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아프간 대선이라고 지적했다. 탈레반은 현 정부에 반발하고 있고 선거에도 반대하고 있다. 투표를 실시하면 투표소를 공격하겠다고 공언했다.

평화협정을 우선시하는 미국은 가니 대통령에게 대선을 연기하라고 뜻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선을 목표로 하는 가니 대통령은 선거를 미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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