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신군부 수뇌 전두환·노태우 가족의 엇갈린 ‘5·18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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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일 1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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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지난 8월23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독자 제공) 2019.8.26 /뉴스1 © News1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지난 8월23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독자 제공) 2019.8.26 /뉴스1 © News1

1980년 당시 신군부의 최고 책임자였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가족들의 각기 다른 ‘5·18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이 80년 5·18 학살에 대해 적극적인 사죄의 뜻을 밝힌 반면 전 전 대통령 측은 여전히 사죄와는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54)는 지난달 23일 오전 11시 5·18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재헌씨는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에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는 취지의 연락을 하고, 묘역을 방문해 5월 영령들에게 헌화와 참배를 했다.

또 윤상원·박관현 열사와 전재수 유공자 묘역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재헌씨는 이들 묘역 앞에서 오랜 시간 무릎을 꿇고 아버지 대신 참회했고 추모관과 유영보관소, 구묘역 등도 1시간50분 남짓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참배에 앞서 방명록에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고 적었다.

현재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 전 대통령은 ‘5·18묘역에 다녀와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고 이에 재헌씨가 묘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헌씨는 노 전 대통령 대신 이곳을 찾아 아버지의 뜻을 전하고, 사진을 통해 아버지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가 5·18묘역을 다녀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인 1988년 2월25일 광주 망월동 묘역(현 5·18구묘역)에 잠들어 있던 이한열 열사의 묘에 헌화하고 참배했다.

당시 김 여사의 5·18묘역 참배는 공개되지 않았다가 1992년 일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졌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고, 재헌씨가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아버지 대신 5월 영령들에게 사죄하면서 김 여사의 당시 망월묘역 방문도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3월11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서 공판을 마친뒤 부인 이순자씨와 나서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3.11/뉴스1 © News1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3월11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서 공판을 마친뒤 부인 이순자씨와 나서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3.11/뉴스1 © News1

반면 전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는 올해 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광주재판을 앞두고 재판부에 대한 불신을 제기, 광주5·18민주화운동과 6·10항쟁 등을 깎아내리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여사는 전 전 대통령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재판장도 어떤 압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민주화의 아버지’로 치켜세웠다.

이 여사는 지난 1월1일 공개된 한 보수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금 전의 일을 기억 못 하는 사람한테 광주에 내려와서 80년대 일어난 얘기를 증언해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 같다”면서 “이런 양반이 법정에 가서 횡설수설하거나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면 그것을 보는 국민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며, 세계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라고 말했다.

또 “민주화를 표방하는 5·18 단체들은 자신들과 다른 입장,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는 한 스스로 민주화의 정신을 훼손하게 된다는 점을 좀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광주 5·18단체도 이미 얻을 거 다 얻었는데 그렇게 해서 얻을 게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단임을 이뤄서 지금 대통령들은 5년만 되면 더 있으려고 생각을 못 하지 않느냐”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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