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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이 거리로 나선 이유[현장에서/김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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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이 거리로 나선 이유[현장에서/김재희]

김재희 사회부 기자 입력 2019-09-02 03:00수정 2019-09-02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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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지급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양육비해결연합회 회원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재희 사회부 기자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아빠’가 여기 있습니다.”

1일 오후 1시 반, 서울의 한 청과물도매시장. 2015년 9월 남편과 이혼한 뒤 9세 딸을 혼자 키우고 있는 A 씨(36)가 목소리를 높였다. A 씨가 시장 안에서 이렇게 외친 건 전남편이 운영하는 가게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이날 전남편의 가게 앞에서 양육비해결연합회 회원 등과 함께 전남편을 상대로 양육비 지급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모든 수단을 다 써봤는데도 양육비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전남편의 가게 앞까지 찾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혼 소송 당시 법원은 남편에게 위자료 3000만 원과 매달 60만 원의 양육비를 A 씨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전남편이 지금까지 준 양육비는 3차례에 걸쳐 35만 원이 전부다. A 씨는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 ‘양육비 이행 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은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전남편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전남편은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A 씨는 전남편에 대한 감치를 신청했다. 법원의 양육비 지급 명령을 받고도 3차례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구치소에 가둘 수 있다. 전남편은 10일간 감치됐다. 하지만 이후로도 양육비는 주지 않았다. A 씨는 전남편 예금에 대한 압류까지 시도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A 씨는 “(전남편은) 모든 재산을 어머니와 가족 앞으로 돌려놨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B 씨(41) 역시 양육비를 받지 못해 추석 연휴가 끝나면 전남편 어머니의 집 앞으로 가 집회를 열 계획이다. 15년 전 B 씨와 이혼한 전남편은 두 아들 양육비를 3차례만 준 뒤 연락을 끊었다. 이혼할 당시 두 아들은 각각 2세, 3세였다. B 씨가 옛 시어머니 집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한 건 연락을 끊은 전남편의 행방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B 씨는 “이혼 후 지하철역 앞에서 샌드위치를 팔았고 가정부 일도 했다. 안 해본 일이 없다”며 “전남편은 재산을 모두 어머니한테 증여해 예금 압류나 채권 추심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올해 2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출국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한 뒤 양육비 지급 의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같은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등은 일찌감치 도입했다. 여성가족부가 4월 발표한 ‘한부모 가족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부모 중 78.8%가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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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사회부 기자 jetti@donga.com
#싱글맘#양육비#전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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