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단일안 도출 실패…10개월간 논의에도 합의 못이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30일 2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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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국민연금 개편안 합의에 실패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간 노동계와 경영계가 22차례나 머리를 맞댔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야가 보험료 인상 같은 민감한 사안을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 개혁이 장기 표류할 우려가 커졌다.

경사노위 산하 국민연금개혁특위는 30일 국민연금 개편안 3가지를 발표했다.

소득대체율(은퇴 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현행 40%에서 45%로 높이고 1998년부터 그대로인 보험료율(월급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 9%를 10년간 12%까지 인상하는 것이 다수안으로 제시됐다. 이 안은 경영계와 소상공인연합회를 제외한 연금특위 위원들이 찬성했다. 경영자총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 부담을 높이는 보험료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현행안 유지를 제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을 10%로 즉시 올리는 절충안을 내놨다. 연금특위는 ‘국가의 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고 기초연금 수급 대상과 금액을 높이는 노후 소득 강화안을 권고안으로 덧붙였다.

경사노위의 단일안 도출 실패는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정부가 4가지 개편안을 던져놓고 사회적 합의를 요구한 것부터 보험료 인상의 후폭풍을 우려한 책임 떠넘기기였다는 얘기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험료 인상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복수(複數)안으로는 국회 논의의 동력을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커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020년 합계출산율을 1.24명으로 가정하고 연금 고갈 시점을 2057년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떨어지는 등 보험료를 낼 생산가능인구는 더 빨리 줄어들고 있다.

연금특위 위원인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에 따르면 올해 통계청 인구추계를 바탕으로 했을 때 2060년 보험료 수입은 기존 추계보다 10.8% 줄어든다. 김 교수는 “올해 태어난 아이가 40대가 되면 버는 돈의 30.3%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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