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빠진 조국 청문회…무산이냐 연기냐 ‘중대기로’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30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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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가족 증인채택 놓고 여야 강대강 대치 지속
청문회 일정 의결 안 돼…9월2~3일 사실상 무산
내달 4일 이후 청문회는 대통령 권한…靑은 부정적
청문회 없는 임명 가능성↑…강행시 정국급랭

다음달 2~3일로 예정됐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블랙아웃’(대정전) 상태에 빠져들었다. 조 후보자 가족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하면서 청문회 개최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다.

‘문재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조 후보자의 청문회는 9월 정기국회를 넘어 내년 총선까지 정국 주도권의 향배를 가를 이슈로 평가된다. 단순히 증인 채택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의 문제를 넘어 여야가 사생결단의 자세로 맞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조 후보자의 청문회를 담당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30일 오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1분 만에 산회했다. 자리를 비운 여상규 법사위원장을 대신한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간사 간 협의된 의사일정 등 안건이 없으므로 회의 종료를 선포한다”며 즉시 산회를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법사위는 전날에도 전체회의를 열어 조 후보자 청문회 증인과 참고인 채택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으며 기존에 9월2~3일로 합의했던 청문회 일정조차 의결하지 못했다.

조 후보자 가족들에 대한 증인채택 결사저지에 나선 민주당이 증인 및 참고인 출석 요구건과 관련해 최장 90일이 걸리는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카드를 꺼내들며 지연작전을 펼치자 한국당 소속 여 위원장이 청문회 일정이 담긴 청문회 실시계획건 미(未)의결로 맞대응했기 때문이다.

이어 이날 법사위에서도 증인 채택은 물론 청문회 일정조차 의결되지 않으면서 법사위 여야 간사가 합의한 9월2~3일 청문회 일정은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법상 산회를 선포한 당일에는 회의를 다시 개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말인 8월31일이나 9월1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회 실시계획을 의결하면 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럴 가능성 자체가 낮은데다 증인 출석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야당이 합의에 응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인사청문회법상 청문회 5일전까지 전체회의를 열어 증인·참고인 채택건을 의결을 한 뒤 출석요구서를 송달해야 강제력이 생긴다.

민주당은 야당이 가족을 제외해준다면 다른 증인들에 대해서는 출석요구서가 송달되지 않더라도 양해를 구해 출석을 시켜 당초 예정대로 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정감사와 달리 청문회는 증인이 아니라 후보자가 중심이고 과거 대부분 청문회가 증인 없이 진행됐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209번의 청문회가 있었지만 증인이 채택된 사례는 평균 0.5명에 불과하다. 약 83%의 청문회가 증인 없이 진행됐다”며 “반드시 2~3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개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 후보자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의혹과 관련이 있는 가족을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 가족 증인 채택은) 양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양보해서도 안 된다. 뻔한 맹탕 청문회를 해야 된다는 거 아니냐”며 “가족들은 안 된다고 하면 청문회에서 무엇을 얘기할 것이냐. 가족들 관리를 잘못해서 송구하다는 말밖에 더 하겠냐”고 꼬집었다.

법사위 바른미래당 오신환 간사도 기자회견을 갖고 “수많은 의혹들이 전부 가족과 연관돼 있다”며 “후보자를 혼자 놓고 인사청문회를 한 사례가 어디 있나. 꼼수로 증인채택을 무산하고 맹탕 청문회로 임명을 강행하려는 불순한 의도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다음달 2~3일 청문회 개최가 어려워지면서 남은 선택지는 청문회 연기냐 무산이냐로 좁혀지고 있다. 여당과 청와대에서 보류됐던 ‘국민청문회’가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국회의 개입 없이 조 후보자의 해명을 듣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선택지에는 속하지 않는다.

청문회 연기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여야 간사 합의나 안건조정위원회를 통해 증인을 채택한 뒤 5일 간의 출석요구서 송달 기간을 거쳐 청문회를 열자는 입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대통령의 청문요청서 재송부를 통해 최대 열흘의 청문회 법정 기한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기반을 둔다.

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청문요청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치고 청문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른 법정기한은 다음달 2일이다.

만일 이때까지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국회에 청문요청서를 재송부하고 10일 이내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 채택을 다시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9월12일까지만 청문회를 열면 된다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여기에는 더 많은 의혹 제기를 위해 청문회까지의 기간을 길게 가져가려는 야당의 속내도 자리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9월12일까지 얼마든지 청문회는 대체될 수 있다”며 “청문회 일정은 증인 출석 요구서가 송달되는 시간을 고려해서 순연해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문요청서 재송부 후 청문회 기한을 얼마로 정할지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민주당이 9월3일부터는 ‘대통령의 시간’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법정기한을 하루 넘긴 9월3일까지 이틀간의 청문회 일정에 여야가 합의한 것도 청와대의 사후 양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가급적 빨리 청문회를 열어야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한 해명과 여론 진정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민주당은 청문회 연기는 절대 불가라고 못 박았다.

이 원내대표는 “9월3일부터는 대통령의 시간이다. 국회의 시간이 아니다”라며 “나 원내대표가 대통령이냐. 그렇게 해석하면 안된다”며 다음달 12일까지 청문회를 열면 된다는 한국당 주장을 일축했다.

청와대도 청문회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입장문을 내고 “(야당이) 사실상 청문회를 무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국회는 약속한 일정대로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반드시 열어 국회법을 준수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조 후보자 가족의 증인 채택도, 청문회 연기도 없다면 결국 남는 것은 청문회 무산뿐이다.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가 열리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실제 당청도 청문회 무산 가능성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국민청문회 재추진을, 청와대는 임명 강행 가능성을 각각 내비쳤다.

이 원내대표는 이번 주말까지 여야 협상에 진척이 없다면 국민청문회를 재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런 상황이 올지도 몰라서 (국민청문회를) 취소하지 않고 보류한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한 대답이 될 것”이라며 “이것은 취소된 게 아니라 보류돼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수석도 청문회 무산시 임명 강행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은 법이 정한 절차대로 진행하실 것”이라고 답해 임명 강행을 시사했다. 청문회법상 대통령이 청문요청서를 재송부하면서 정한 기간까지도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만일 조 후보자 청문회가 무산된 상황에서 임명이 강행될 경우 야당의 격한 반발 속에 정국은 급속히 경색될 전망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선거법 개정안 의결에 반발해 청문회를 제외한 국회 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한 한국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없는 임명 강행과 검찰의 수사 등을 내세워 대여(對與)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청문회 없이 임명된 바 있지만 국무위원 중에서는 아직 전례가 없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을 당시 민주당이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강하게 반발한 전례도 한국당의 공격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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