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깜빡이 켠 한은…‘안 가본 길’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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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30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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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9.8.30/뉴스1 © News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9.8.30/뉴스1 © News1
기준금리 인하 ‘깜빡이’를 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안 가본 길’을 걷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무역보복, 반도체 경기 반등 지연 등으로 경기 활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과 함께 통화정책이 경기부양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에서 연내 한차례 내리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고, 내년에 한 번 더 인하하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인 1.00%에 진입한다. 전문가들은 내년 우리 경제에 반등 계기가 없으면 금통위가 기준금리 1.00%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준금리 1.00%는 금융시장에서 보는 실효하한 0.75~1.0%와 닿아 있어 금통위가 꺼내기 힘든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효하한은 이 보다 금리를 낮추면 부작용이 더 큰 수준을 말한다.

◇‘금리인하’ 소수 의견 나와…”10월 인하 유력”

금통위는 30일 8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시장의 예상대로 현행 연 1.50%로 동결했다. 이날 정례회의에서는 조동철, 신인석 금통위원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제기했다. 소수의견은 통화정책의 ‘깜빡이’로 여겨지며 향후 방향을 알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이날 소수의견 등장으로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보다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내리기보다, 상황을 좀 더 살핀 뒤 10월 인하할 것이라는 게 당초 대다수 전문가의 전망이었다. 미 연준은 오는 9월 17~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전격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16년 6월(1.50%→1.25%)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이후 금통위는 2017년 11월(1.25%→1.50%)과 지난해 11월(1.50%→1.75%)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오는 10월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연 1.25%로 떨어진다. 기준금리 연 1.25%는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29일까지 유지됐다. 올해 남은 금통위는 오는 10월16일, 11월 29일 2차례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이하 통방문)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새 문구를 추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또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513조 슈퍼 예산 편성…한은 폴리시믹스로 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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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날 통화정책이 확장적 재정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정책공조를 강조한 것도 추가 금리인하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이 총재의 발언은 전날 정부가 발표한 내년 513조5000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에 발맞춰 경기부양에 무게추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전날 정부가 지출을 큰 폭으로 잡은 예산안 발표했는데, 경기가 어렵다 보니까 통화정책 완화와 더불어 정부도 확장적 재정을 편성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 재정과 통화정책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발표했다고 해서 곧바로 통화정책이 움직이는 것은 크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 통화정책 기조도 경제활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발언은 이른바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발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p 내린 지난달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에도 “현재의 경기 둔화는 상당 부분 공급측 요인에 있다”며 “공급 부문을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려면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하는데, 각국 중앙은행의 여력이 충분치 않아 효과가 빠른 재정정책이 필요한 것”이라며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확장적 재정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상 첫 1.00% 금리로 가나…한은 실효하한 고민

이제 시장의 관심은 지난 7월18일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의 최저점이다. 앞서 <뉴스1>이 국내 증권사 소속 경제전문가 10명에게 설문한 결과 8명은 내년 기준금리가 연 1.00%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기준금리가 현행 연 1.50%에서 1.25%로 떨어지고, 내년 한차례 더 내려 1.00%를 찍을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을 보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데 연 1.25%로는 역부족”이라며 “현재 기준금리 자체가 낮은 수준이라서 부담이긴 하지만 개선된 지표가 나오지 않고 있어 연 1.00% 수준까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1~2년간 기준금리 1.00%가 하한이겠지만 장기적으로 경기가 더욱 부진해지면 기준금리가 0.75%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에서 그나마 견조한 성장 중인 미국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금통위도 0%대 기준금리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현재 기준금리가 연 1.50%라는 점을 고려해 금통위가 앞으로 2~3회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생각하는 기준금리 실효하한은 0.75~1.00%다. 실효하한 금리는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제로금리까지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기준금리의 하한선을 말한다.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과거보다 정책 여력이 충분하진 않지만 필요할 때 대응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여력은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기준금리를 0.25%p씩 조정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다”고 평가한 것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 총재는 베이비스탭 조정폭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일부 중앙은행이 0.25%p보다 작게 조정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책금리가 거의 0% 수준이어서 정책 여력이 크게 하락한 경우였다”며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조정폭을 0.25%p로 운용하는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낮은 기준금리로 촉발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의 부작용을 고려했을 때 실효하한에 근접한 기준금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하한이 연 1.00~0.75%인 것을 감안하면, 이 선 아래로 내려갔을 때 외국인 자금 이탈, 가계부채 급증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연 1.00% 수준에서 금리인하 사이클이 멈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도 기준금리를 실효하한 이하로 설정하는 것엔 “신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실효하한은 통화정책 효력, 자금이탈 촉발 등 기준에 따라 다르고 다른 나라 정책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원론적으로 실효하한 밑으로 금리를 내리는 것은 당연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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