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경쟁 속 끈끈함…‘뉴 키즈 on the KBO’가 흥미로운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8월 30일 05시 30분


LG 정우영(왼쪽)-삼성 원태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LG 정우영(왼쪽)-삼성 원태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바야흐로 신인 풍년의 시대다. 이른바 ‘베이징 키즈’들은 시대 흐름처럼 당당한 패기와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여기에 실력까지 겸비하며 입단 초기부터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경기장 안에서는 서로간의 치열한 경쟁의식으로 똘똘 뭉쳐있지만, 밖에서는 소속팀과 상관없이 친분을 과시한다. ‘뉴 키즈 on the KBO’가 흥미로운 이유다.

앞선 2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순수 신인의 강세가 눈에 띈다. 정우영(20·LG 트윈스), 원태인(19·삼성)이 신인왕 경쟁 중이며 여기에 서준원(19·롯데 자이언츠), 노시환(19·한화 이글스), 김기훈(19·KIA 타이거즈) 등도 1군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정우영과 원태인은 신인왕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신인왕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았지만, 특별히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당당히 말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젊은 선수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개인 타이틀은 신경 쓰지 않고 팀 성적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답하던 것과 딴판이다.

선수들끼리도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에피소드 하나. 원태인은 22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에서 2.1이닝 10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날 정우영은 원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는 사이였기에 가능했다. “괜찮냐?”는 위로에 원태인은 “(너의 신인왕 수상) 미리 축하한다”고 답했다. 정우영이 “아직 모른다”고 하자 원태인은 “나 놀리지 말아라. 밥이나 거하게 사 달라”고 응수했다. 승부욕이 강한 원태인으로서도 이날의 고전에 자존심이 상했겠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이를 떨치기 위해 ‘쿨하게’ 노력한 셈이다.

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비단 올해 신인들만의 문화는 아니다. 지난해 입단한 강백호(20·KT 위즈)의 집은 마치 ‘또래들의 사랑방’처럼 쓰인다. 강백호는 2018시즌을 앞두고 수원 홈구장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집을 구했고 부모님과 살고 있다. 훈련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강백호는 경기를 마친 뒤 원정 팀의 또래 선수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올해만 해도 서준원, 노시환 등 서너 명이 ‘백호 하우스’를 찾았다. 때로는 어머니가 해준 ‘집밥’을 먹기도, 때로는 한 살 선배 강백호가 쏘는 소고기를 먹기도 했다는 후문.

그라운드 밖과 안은 철저히 구분된다. 소고기를 얻어먹었던 서준원은 강백호 상대로 8타수 6피안타로 고전하고 있다. 이 얘기가 나올 때마다 “(백호 형을) 어떻게든 잡고 싶다”고 이를 갈지만, 강백호는 “어디 한 번 해봐라”고 여유만만이다. 서준원은 강백호를 잡기 위해 칼을 갈 것이며 그렇게 또 한 계단씩 성장할 것이다.

소속 팀 위주로 친분을 쌓아가며 타 팀 선수끼리 친해질 기회는 대표팀 정도뿐이었던 과거와 분위기가 달라졌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연결이 되고, 경기가 없는 날에는 함께 만나 영화를 보거나 온라인 게임을 즐기며 ‘힐링’을 한다. 새로운 세대들은 분위기 역시 달라졌다. 이들이 뿜어낼 시너지가 한국야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대되는 이유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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