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희비’ 엇갈린 3가지 쟁점…‘재산국외도피·마필·영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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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29일 2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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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선고하고 있다. 2019.8.29/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김명수 대법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선고하고 있다. 2019.8.29/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가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상고심에 대해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가운데, 주요 쟁점 사안에서 삼성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 측이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 구입비와 동계영재스포츠센터 지원금은 2심의 판단이 뒤집히고 뇌물로 인정돼 삼성에 불리한 요소로 지적돼 향후 재판 과정에의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그나마 가장 형량이 높은 ‘재산국외도피죄’가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받아들여진 데다가 정치권력(대통령)에 의한 강요에 의한 금품 지원이라는 2심의 판단은 대체로 유지돼 앞으로의 재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측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횡령액 가장 큰 ‘재단 출연’, 형량 최고인 ‘재산국외도피’는 무죄

대법원이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2심 판결의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삼성이 제공한 뇌물액 규모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2심 판결 중 무죄로 봤던 부분을 추가로 뇌물로 인정, 이 부회장의 총 횡령액은 86억여 원으로 늘어났다. 사진은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19.8.29/뉴스1 © News1
대법원이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2심 판결의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삼성이 제공한 뇌물액 규모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2심 판결 중 무죄로 봤던 부분을 추가로 뇌물로 인정, 이 부회장의 총 횡령액은 86억여 원으로 늘어났다. 사진은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19.8.29/뉴스1 © News1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의 2심 때와 동일하게 무죄 판단을 내렸다.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친 적극적인 출연 요구와 직권남용에 따라 삼성전자가 금품을 지원했다는 얘기다. 국정농단이 본질적으로 대통령의 요구에 불응하면 향후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 두려움에 따른 지원이라는 항소심에서의 재판부의 의견이 유지된 셈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의 주요 기소 혐의 중에서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는 2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선고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1심이 실형을 선고한 데에는 사건의 본질을 정경유착으로 판단해 재산국외도피죄를 유죄로 판단했다”면서 “항소심은 1심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무죄로 뒤집었는데 대법원이 이를 최종 확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삼성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날 선고를 마치고 나온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의 이인재 대표 변호사도 “가장 형이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에 무죄를 내렸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말 3마리’와 ‘영재센터’ 지원은 뇌물…파기환송심서 쟁점될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6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19.8.26/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6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19.8.26/뉴스1

항소심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최씨 딸 정씨에 대한 ‘말 3마리’ 지원과 최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은 대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2심에서는 삼성 측이 마필 용역과 관련해 코어스포츠에 지급한 36억여원만 뇌물액으로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말들의 소유권이 삼성이 아닌 최씨에 있다고 판단, 34억여원도 뇌물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또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여원도 뇌물로 판단해,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기존 34억여원에서 86억여원까지 올라갔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회삿돈으로 뇌물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횡령으로 봤는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그 금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50억원을 넘을 때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된다.

이 중에서 말 3마리와 관련해 법조계에선 대법원 판결과 항소심 판단이 공여한 뇌물의 내용이 마필 자체인지, 아니면 마필의 전속적 무상 사용이익인지에 대한 법적 평가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3명의 대법관이 이와 관련해 대법원의 주문과 다른 반대의견을 낸 점도 삼성 입장에선 기댈 수 있는 요소다.

대법원은 영재센터 지원에 대해선 이 부회장 측의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청탁의 대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청탁의 대상이 되는 현안이 무엇인지보다 청탁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사 출신 한 법조인은 “상식적으로 무엇을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부탁하는 것과 ‘요구하는 대로 하면 불이익은 받지 않겠지’라고 기대하는 건 불법성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법리적 관점에서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했으나 개별 현안에 대해 구체적 청탁이 있었다는 점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주장대로 청탁의 내용이 불이익의 회피 내지 선처에 대한 기대의 작용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승계작업’의 존재가 드러난 것이 재차 진행될 2심에서도 사건의 본질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의 뇌물액이 50억원을 넘었다는 점에서 양형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지만 2심과 마찬가지로 재산국외도피와 재단 출연 등에 대해선 항소심의 판단이 맞다고 파기환송돼 향후 실형을 면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상참작 사유가 있을 때에는 판사 재량으로 형을 깎아주는 ‘작량감경’이 가능한데, 재산국외도피죄의 무죄 결정과 횡령액 전액을 변제한 점 등이 관건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이 부회장 사건을 파기환송했지만 궁극적으로 국정농단의 주범이 전직 대통령과 최순실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우리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비춰 합리적인 결정이 나오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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