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3마리 뇌물·삼성 승계작업 청탁’ 모두 인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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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29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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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이 착석해 있다. 2019.8.29/뉴스1 © News1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이 착석해 있다. 2019.8.29/뉴스1 © News1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씨(개명 최서원)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 가격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여원을 뇌물로 인정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과 최순실씨 사건을 모두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또 영재센터 지원을 하면서 삼성 측의 ‘승계작업’ 청탁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같이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2심서 뇌물 아니라고 본 말 3마리… 대법서는 인정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최씨에 대해서도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최순실씨에 대한 선고를 먼저 진행하면서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제공받은 말 3마리가 뇌물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다.

대법원은 “최씨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사이 2015년 11월15일 살사도와 향후 구입할 말들에 관해 실질적인 사용·처분 권한이 최씨에게 있다는 의사 합치가 있었다”며 “이 부회장 등은 최씨에게 말 구입대금을 뇌물로 제공했고, 최씨는 말들을 뇌물로 봤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Δ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 부탁을 받은 이 부회장이 정유라에게 지원을 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최씨가 정하는 대로 이뤄졌고 Δ정유라가 탈 말과 최씨가 요구하는 돈을 지급한 삼성 측이 최씨로부터 말 소유권을 갖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받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들었다.

삼성 측과 최씨의 의사 합치를 통해 최씨가 말에 대한 점유를 갖게 됐고, 반환할 필요도, 말들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삼성 측에 손해를 물어줄 필요도 없게 됐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이 부회장 등이 최씨에게 제공한 뇌물은 말들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와 달리 뇌물로 제공한 것이 말들에 관한 액수 미상의 사용이익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은 논리와 경험 법칙에 반하고 일반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삼성 측이 말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만 말들을 제공받기로 하고 사실상 말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던 것은 최씨이기 때문에 이를 삼성이 최씨에게 제공한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2심은 공무원이 비공무원으로부터 차를 제공받았는데 명의만 비공무원이라고 해서 뇌물이 아니라고 보는 것과 같다”며 “최씨에게 사실상 귀속된 말들을 뇌물로 본 대법원 판단은 상식선에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19.7.1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19.7.1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영재센터 16억여원도 뇌물로 본 대법원…“승계작업 존재”

대법원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여만원도 뇌물로 판단했다. 삼성 승계작업‘이 존재하고 이에 관한 이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최씨에 대한 선고를 진행하면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인 삼성전자,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런 뚜렷한 목적과 성격을 가진 승계작업에 관해 대통령의 권한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승계작업은 그에 관한 박 전 대통령의 직무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됐고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승계작업 자체로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이상 승계작업의 성격으로서 이뤄지는 구체적인 각각의 현안과 대가관계를 특정해 증명할 필요는 없고, 그런 현안이 청탁 당시 이미 발생하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며 승계작업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본 최씨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반대로 삼성 승계작업을 인정하지 않아 영재센터를 뇌물로 보지 않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 판단에 대해서는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뇌물공여액 2심 36억에서 86억으로 늘어나

대법원이 이같이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은 말 3마리 뇌물성과 승계작업 여부가 모두 인정되지 않고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여원만 뇌물액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 미만이어야 최저 징역 3년 선고가 가능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말 3마리 가격 34억여원과 영재센터 뇌물 16억여원도 유죄로 인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총 횡령액은 86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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