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유층 지갑 닫는다…‘위로부터의 경기침체’ 공포 고조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9일 0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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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터 보석, 미술품 구매 등 감소
중산층 소비지출로 버티지만 실업 늘면 경제 하행 우려

호화 주택에서부터 보석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부유층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소비를 줄이면서 ‘위로부터의 경기침체(trickle-down recession)’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CNBC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동산부터 클래식 카(고전적 자동차), 예술품에 이르기까지 미국 경제에서 지금 가장 취약한 부분은 바로 최고 부유층의 소비 감소이다. 중산층을 포함해 미국의 전반적인 소비자들은 여전히 소비 지출을 줄이지 않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부유층의 갑작스러운 소비 급감이 경제의 다른 부분들에까지 영향을 미쳐 경제성장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맨해튼의 고가 부동산이 6분기 연속 거래가 줄어드는 등 호화 부동산 거래는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150만 달러(약 18억2000만원) 이상 주택 거래는 지난 2분기 5% 감소했다. 미 전국에서 미분양 호화 주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위 1% 부자들을 위한 최고급 백화점 ‘바니스 뉴욕’이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노드스트롬은 3분기 연속 판매액이 줄었다. 반면 월마트나 타깃과 같이 서민들을 겨냥한 소매점들은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경매회사들의 매출도 수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낙찰액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각각 10%와 22% 줄었다.

이 같은 부유층의 소비 지출 감소가 계속된다면 미국 경제는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디스 어낼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에 달한다. 중산층의 소비 지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 부유층의 소비가 2년 연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잔디 연구원은 “부유층의 소비 지출이 계속 감소하면 미국 경제의 성장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가 감소하는 대신 부유층의 저축은 지난 2년 간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금을 쓰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미국 경제는 소득 상위 40∼89.9%의 중간 소득층의 소비 지출이 부유층 소비 지출 감소를 메우고 있는데 일자리 증가가 둔화돼 실업이 증가하게 되면 미국 경제는 곧바로 하향세에 들어갈 것이라고 잔디 연구원은 경고했다.

이러한 부유층의 소비 감소는 2가지 측면에서 설명되고 있다. 하나는 시장의 취약성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위 10%의 부유층은 미국 주식의 80%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의 급등락에 그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많은 부유층이 해외에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으로부터의 영향에 더 많이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부유층의 소비 감소는 세계에 일고 있는 경제적 폭풍에 대한 조기경보 역할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유층의 소비 지출은 경제에 대한 확신 속에 이뤄진다. 지금 세계 증시의 주식 동요와 무역전쟁 속에 미국 부유층들은 경제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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