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전어구이, 가을이 설레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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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진동횟집 ‘전어회’. 임선영 씨 제공
서울 서초구 진동횟집 ‘전어회’.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가을이다. 아직 8월이지만 이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전어’ 시즌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올해는 삼천포에서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7월 16일 금어기가 풀리자 삼천포에서는 같은 달 28일부터 닷새에 걸쳐 전어 축제를 열었다. 여름 휴가철과 교묘하게 맞아떨어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여기에 한몫한 것은 ‘햇전어’라는 명칭이다. ‘햇’은 그해에 난, 가장 신선한이란 의미의 접두사로 과일이나 곡식에 쓰였다. 그런데 전어 앞에 붙어 “지금 먹어야 할 가장 신선한”이란 뜻이 더해지며 수요가 폭발했다. 삼천포 전어축제에선 품귀 현상까지 일어났다. 게다가 어획량마저 예년만 못하니 횟감 활어는 가격이 1kg에 4만 원대까지 수직 상승했다. 점차 날뛰던 전어 값은 안정을 되찾았으나 이 추세라면 전어는 더 이상 값싼 생선이라 부르기 힘들다.

전어의 고소함이야 말로 해서 무엇 하랴.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이라고 기록했다. 7, 8월 잡히는 전어는 뼈째 썰어내는 횟감으로 좋다. 뼈가 연하고 살맛이 쫀득해 씹을수록 고소하기 때문이다. 8월 말부터 추석 전후로는 구이를 해 먹는 게 좋다. 날이 서늘해지면 전어는 지방을 축적하기 때문에 살점이 보드랍고 달콤해진다. 소금을 살살 뿌려 불에 구워내면 기름기가 지르르 소리를 내며 감칠맛이 절정에 달한다.

전어는 떼로 몰려다니며 반짝 왔다가 사라지기에 축제가 어울리는 생선이다. 전남 광양전어축제(8월 30일∼9월 1일), 충남 서천군 홍원항전어축제(9월 21일∼10월 6일) 등이 남아있다. 전어는 회 무침 구이 젓갈 등 먹는 방식도 다양한데, 특히 통영이나 여수에서는 전어밤젓을 담가 먹는다. 싱싱한 전어의 위(밤)를 소금을 뿌려 항아리에 2∼3개월 삭힌 것이다. 먹을 때는 풋고추와 고춧가루, 파, 마늘, 참기름, 깨를 넣고 무친다. 양이 적게 나와 귀한 음식이니 산지를 방문했다면 꼭 맛보고 올 별미다.

홍원항에는 너뱅이등대횟집이 있다. 전어회는 뼈를 바르거나 뼈째 썰거나 손님이 원하는 방식대로 해준다. 이 집은 특이하게 전어회 위에 채 친 깻잎과 들깨를 올려주는데 고소함과 쌉싸래함이 어우러져 근사하다. 광양시 하나로횟집은 특별히 부탁하면 전어밤젓을 맛볼 수 있다. 새콤달콤한 전어회 무침에 밥을 비벼 먹어도 맛있다. 서울 진동횟집은 당일 새벽에 들어온 횟감만 쓰기에 선도가 으뜸이다. 구이는 하지 않고 회만 취급한다. 혼밥으로 전어회 1인분을 주문하면 미역국과 멍게회, 명태전, 가자미식해까지 푸짐하게 나온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너뱅이등대횟집: 충남 서천군 서면 홍원길 133. 전어회 4만 원, 전어세트 2인용 6만 원

○ 하나로횟집: 전남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 31. 전어 2인 코스 5만 원, 전어회 4만 원, 전어밤젓 2만 원

○ 진동횟집: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101안길 41. 전어회 1인분 3만8000원
#가을 전어#전어회#전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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