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8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향해 “관계 기관에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검찰이)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검찰은 “검찰 중립성을 심하게 훼손한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여 대 야’의 대립 구도에 ‘여 대 검찰’ 구도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27일) 조 후보자 주변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대해 “언론은 압수수색 과정을 취재하는데 (검찰이) 관계 기관에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검찰이 압수수색 계획을 법무부나 청와대에 미리 알려줬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고문현 숭실대 교수는 “예비 법무부 수장 조사를 하는데 관계 기관인 법무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건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속된 말로 짬짜미 수사라도 하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대통령 주치의 임명에 일역(一役) 담당’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과 관련해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가지고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게 만들지 않았느냐”며 “피의 사실 유출자를 반드시 색출하고, 그 기관의 책임자까지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 피의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고 단정 지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도 “압수수색 과정 속에서 해당 언론사가 어떻게 그 문건을 확보했는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수사팀은 “해당 언론사가 검찰과 관련 없이 독자적으로 취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검찰이) 전격적으로 31군데를 압수수색했다는 것은 ‘거대한 작전을 진행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후보가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라는 압력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발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이 대표는 검찰의 피의 사실 공표를 검찰의 대표적인 적폐로 규정했고 박광온 최고위원도 “수사 기밀 유출은 뿌리 뽑아야 할 위법 악습”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공개 경고’는 “사전에 검찰 사건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현 정부의 입장과 상반된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 사건인데도 법무부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에는 압수수색 진행에 대해 알려주면서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킬 만한 사건은 법무부에 보고하도록 한 법무부령인 ‘검찰보고사무규칙’을 검찰이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규칙에는 사전, 사후 보고인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검찰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우리가 전(前), 전전(前前) 정권 인사들을 상대로 ‘적폐’ 수사를 할 때는 정부 여당에 보고하고 수사했느냐”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간부도 “이 대표가 이성을 잃은 것 아니냐. 이 대표의 발언은 검찰을 장악하려 한 지난 정부와 다를 바 없다”며 “우리도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권력의 검찰이 국민의 검찰이 됐다”고 치켜세웠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검찰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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