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檢, 관계기관 협의도 안해”… 檢 “중립성 훼손하는 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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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조국 의혹 수사]검찰 때리기 나선 여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8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향해 “관계 기관에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검찰이)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검찰은 “검찰 중립성을 심하게 훼손한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여 대 야’의 대립 구도에 ‘여 대 검찰’ 구도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27일) 조 후보자 주변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대해 “언론은 압수수색 과정을 취재하는데 (검찰이) 관계 기관에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검찰이 압수수색 계획을 법무부나 청와대에 미리 알려줬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고문현 숭실대 교수는 “예비 법무부 수장 조사를 하는데 관계 기관인 법무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건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속된 말로 짬짜미 수사라도 하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대통령 주치의 임명에 일역(一役) 담당’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과 관련해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가지고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게 만들지 않았느냐”며 “피의 사실 유출자를 반드시 색출하고, 그 기관의 책임자까지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 피의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고 단정 지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도 “압수수색 과정 속에서 해당 언론사가 어떻게 그 문건을 확보했는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수사팀은 “해당 언론사가 검찰과 관련 없이 독자적으로 취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검찰이) 전격적으로 31군데를 압수수색했다는 것은 ‘거대한 작전을 진행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후보가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라는 압력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발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이 대표는 검찰의 피의 사실 공표를 검찰의 대표적인 적폐로 규정했고 박광온 최고위원도 “수사 기밀 유출은 뿌리 뽑아야 할 위법 악습”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공개 경고’는 “사전에 검찰 사건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현 정부의 입장과 상반된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 사건인데도 법무부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에는 압수수색 진행에 대해 알려주면서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킬 만한 사건은 법무부에 보고하도록 한 법무부령인 ‘검찰보고사무규칙’을 검찰이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규칙에는 사전, 사후 보고인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검찰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우리가 전(前), 전전(前前) 정권 인사들을 상대로 ‘적폐’ 수사를 할 때는 정부 여당에 보고하고 수사했느냐”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간부도 “이 대표가 이성을 잃은 것 아니냐. 이 대표의 발언은 검찰을 장악하려 한 지난 정부와 다를 바 없다”며 “우리도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권력의 검찰이 국민의 검찰이 됐다”고 치켜세웠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검찰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진 psjin@donga.com·이호재·강성휘 기자
#조국#법무부 장관#검찰 수사#더불어민주당#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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