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체제 1년] 김판곤 위원장 “벤투 리더십은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8월 29일 05시 30분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스포츠동아DB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스포츠동아DB
1년 전 이맘때 한국축구는 새로운 리더를 갈구했다. 2018러시아월드컵이 실패로 끝난 뒤 대한축구협회는 2022카타르월드컵을 책임질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물색했다. 외국인 지도자로 방향을 잡은 가운데 상당한 진통 속에 내린 결론은 파울루 벤투 감독(50·포르투갈)이었다. 8월 17일 공식 발표와 1주일 뒤 기자회견, 그리고 9월 7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통해 벤투호는 본격 출항했다.

1년이 흘렀다. 벤투호는 그동안 16번의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에서 10승5무1패를 기록했다. 비판적인 시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대표팀 스타일이 만들어지면서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준 게 가장 큰 성과다. 벤투 영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50)도 벤투 체제 1년에 대해 “대체로 만족한다”고 했다.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대표팀 운영은 만족스럽다. 선수를 선발하고, 상대를 분석하고, 경기를 대비하는 과정 등 기술적인 부분은 상당히 좋다. (점수를 준다면?) 점수를 말하긴 좀 그렇다. 지난 1년은 우리의 색깔을 찾는 과정이었다. 감독도 우리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하려고 노력했다. 다행인 것은 경기력이 안정됐고, 수행능력이 꾸준해졌다는 점이다.”

-아쉬운 대목이 있다면.

“공식대회 결과는 아쉽다. 1월 아시안컵에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한국은 8강에서 카타르에 0-1로 졌다). 득점이 많지 않은 것도 불만이었다. 찬스를 많이 만들었지만, 골문 안으로 넣지 못했다. 감독도 비효율적인 경기였다고 아쉬워했다. 또 반성해야 할 건 상대 지역에서 더 많이 공을 갖고 놀아야하는데, 중간 지역에서 맴돌았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는.

“아시안컵 중국전(2-0 승)과 3월 콜롬비아 평가전(2-1 승)이다. 중국전은 우리 대표팀의 교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첫 골이 들어가기 전까지 공격과 수비 모두 좋았다. 중국에 민망할 정도로 우리는 경기를 잘했다. 콜롬비아전은 전술적인 변화를 많이 주면서도 경기를 주도한 게 인상적이었다.”

-벤투호의 특징은.

“능동적인 공격축구, 창의적인 축구, 경기를 주도하는 축구라고 할 수 있다. 공격도 주도하지만 수비에서도 상대 실수를 유발하는 경기를 한다. 또 우리는 빌드업이 명확하다. 이는 선수들에게 잘 입력되어 있다. 빌드업을 하다가 실수를 하더라도 벤투 감독은 계속 요구했는데, 이를 통해 많이 발전했다.”

-벤투 감독의 지도력은.

“리더십이 뛰어나다.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선수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선수들이 벤투 감독의 방향성에 만족하면서 잘 따른다. 권위가 있지만 결코 강압적이지 않다. 코칭스태프 관리도 뛰어나다. (성격은?) 그는 정확하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바로 만나서 얘기하자고 할 정도로 깔끔하다. 또 진지하다. 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감독은 무게가 있어야하고 권위가 있어야 한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왼쪽)-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스포츠동아DB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왼쪽)-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스포츠동아DB

-벤투 감독이 보수적으로 팀 운영을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왜 더 많은 실험을 하지 않으냐고 하지만 벤투 감독은 자기가 써 보고 싶은 선수는 다 써봤다고 생각한다. 6월 평가전부터는 실질적으로 월드컵을 준비했다. 플랜을 가지고 실험을 하면서 월드컵 예선을 대비한 것이다. 더 이상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더 신중해졌다.”

이제부터 월드컵 체제다. 다음 달부터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 시작된다. 투르크메니스탄, 북한, 레바논, 스리랑카와 함께 H조에 편성된 한국은 투르크메니스탄과 예선 1차전(9월 10일)을 갖는다. 벤투 감독은 26일 원정경기에 나설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을 보면 벤투 감독도 많이 유연해진 것 같은데.

“이동경(울산)을 뽑은 것처럼 그는 항상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경쟁시킨다. 선수를 뽑고, 소집 기간에 평가하고, 그리고 꾸준히 관리를 한다. 김신욱을 갑자기 뽑았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항상 예비명단에 있었고,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했다. 코칭스태프가 갖고 있는 명단 풀이 70명이 넘는다. 지난해 30여명과 비교하면 많이 증가했다. 이 선수들을 모두 다 관리한다.”

-이번 월드컵을 전망한다면.

“우리에게 언제 쉬운 월드컵이 있었던가. 쉽게 본선에 간 적은 없다. 위기는 언제든 온다. 그걸 잘 대응해서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 아시아권의 전력은 상당히 높아졌다. 중국은 최종예선까지 7~8명을 귀화시킨다고 하는데, 상당히 수준 높은 경기를 할 것이다. 호주나 이란, 이라크,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우선 2차 예선을 잘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10월 북한과 원정경기를 갖는데.

“벤투 감독을 만나 남북은 물론이고 한일, 한중 관계는 상당히 예민하다고 설명을 해줬다. 그도 인식은 하고 있더라. 북한과 경기를 앞두고는 너무 특별하게 바라보면 선수들이 긴장하니까 다른 경기처럼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 맞는 말이다.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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