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청문회’ 조명래 “정부도 책임…가해기업 감싸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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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28일 2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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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옥시 대표이사가 ‘가습기 참사는 정부에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은 탓’이라고 밝혀 논란이 된 가운데,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부가 책임을 묻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27일에 이어 28일 서울 시청 다목적홀에서 진행한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오후 세션에 참여한 조명래 장관은 “민간기업 관계자(옥시)가 정부 관리가 부실하다고 말했는데 당시 제도적인 여건을 본다면 정부가 유해물질을 관리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법원 판결에서 (정부) 담당자들의 과오가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민간기업도 책임져야 하며 정부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환경문제는 수용체 중심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피해자 대책과 관련해 가해기업을 어떤 경우라도 감싸거나 두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조 장관은 “인정질환 확대하는 계획이 있다”며 “(가습기살균제에) 노출이 된 것만으로도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포괄적인 제도를 논의 중이며 관계 부처와 협의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는 정부가 피해로 인정하고 있는 일부 질환 외에도 여러 전신질환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많은 피해 단체들이 전신질환을 인정하고 판정기준을 대폭 완화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오전 세션에 출석한 박동석 옥시 대표이사는 거듭 사과를 하면서도 한국의 정부 시스템과 아직까지 배상을 하지 않은 타 기업에 대해서도 지적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박 대표이사는 “안타깝고 참담했고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살펴봤다”며 “1994년 유공, 지금의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를 최초로 개발하고 제조했을 때, 또 1996년 옥시가 유사제품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정부에서 안전한 기준을 만들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과연 이런 참사가 났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2016년에 저희 회사가 늦었지만 배상절차에 들어갔을 때 정부기관이나 원료물질 책임이 있는 SK케미칼이나 관련기업들이 이때라도 진정성있게 공동으로 배상노력을 했다면 지금처럼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시는 그간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높다고 인정한 1~2단계 피해자에게 지난 3월 기준, 총 2300여억원 규모를 배상했다. SK케미칼과 애경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며 아직 옥시 정도의 배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특조위는 전날(27일) SK케미칼과 애경에 이어 옥시레킷벤키저와 LG생활건강, 환경부, 국방부, 질병관리본부를 대상으로 진상규명 청문회를 진행했다.

특조위는 이날 Δ옥시레킷벤키저 영국 본사 임직원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무마를 위해 개입한 여부 ΔLG생활건강 측이 개발한 ‘119가습기세균제거’제품 관련 유독성 Δ환경부의 PHMG, PGH관련 유해성 심사 부실 문제 Δ군부대 안 가습기살균제 사용 여부와 피해 사례 등을 확인했다.

또한 110만개가 팔린 LG생활건강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인 ‘119가습기살균제’가 흡입 시 건강에 피해가 간다는 환경부 실험 결과도 오전 세션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LG는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LG의 가습기살균제는 옥시와 애경 가습기메이트에 이어 3번째로 많이 팔린 제품이다.

LG는 자사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해서 독성이 없음을 최근까지도 주장했었다. 특조위에 따르면 2017년 LG생활건강은 가습기피해자들의 모임에 ’BKC와 Tego51에 대해 독성실험을 했고 안전하다‘는 내용의 문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헌영 LG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는 “흡입독성(실험)을 안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당시 안전테스트를 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LG생활건강의 가습기살균제를 단독 사용해 관련 질환이 생긴 피해자로 공식 집계된 인원은 2명 뿐이지만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 부위원장은 “최근 특조위에서 부산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LG의 가습기살균제를 쓴 사람들을 조사했고 20명의 사용자가 나왔다”며 “이 중에서는 사망(으로 추론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양이온성 고분자인 PHMG와 PGH에 대해 규제법안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안종주 특조위원에 따르면 1991년 환경부가 만든 화학물질신고서 및 자료의 작성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91조에 보면 PHMG, PGH와 같은 고분자물질은 독성실험자료제출을 면제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9개월 후에는 개정 자료가 나왔는데 오히려 독성자료에 대해 심사를 면제하는 다소 완화된 제도가 도입됐다.

미국은 1984년부터 PHMG, PGH와 같은 양이온성 고분자 물질을 관리해왔다. 한국은 양이온성 고분자 물질에 대해 별도로 규제하지 않다가,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터진 이후에야 2012년에 비로소 관리하기 시작했다. PHMG, PGH는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쓰였으며 특조위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사망자 중 중 90%가 이 원료를 쓴 제품을 써서 사망했다.

또한 군 부대 총 55곳에서 6개 종류 가습기살균제 제품 2416개를 구매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방부가 특조위에 27일 제출한 ’가습기살균제 구매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총 55곳에서 6개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2416개를 구매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중 군인들이 머무는 병원인 의무사가 1612개로 총 62%를 차지했다. 이는 특조위가 자체 조사해서 19일 공개한 800여개의 가습기살균제 구매 건보다 3배가량 더 큰 규모다.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은 군대 내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입은 사례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아직 사례를 확인한 바가 없다”며 “2011년에 사용중지 공고를 정부로부터 받으면서 (당시 군대 내) 사용현황과 피해자 규모를 조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오후 6시쯤 시작된 3번째 세션에서는 Δ질병관리본부가 피해조사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한 점 Δ환경보건법 고시 제정 과정 및 피해지원의 문제점 Δ천식 인정 관련 정부의 피해지원 과정의 문제점 등이 논의되고 있다.

23일 기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접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총 6509명이며 이중 1431명이 사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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