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동열]소재 강국으로 가는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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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일본 정부가 반도체 관련 핵심소재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올여름이 무쩍 뜨거워졌다. 관련 기업들은 물론이고 정부, 연구소, 공공기관 등 모두 바빠졌다.

소재부품의 대일 적자는 매년 20조 원 안팎이다. 수출입 단가를 보면 일본에 저가품을 수출하고 고가품을 수입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2008년 대일 수입 100대 품목의 수입 사유를 보면 13개는 원천기술력 부족, 43개는 고도기술력 부족이었다. 대일 수입 상위 10대 품목을 2001년과 2015년 비교해보니 70%가 일치했다. 핵심 소재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구조적으로 뿌리가 깊다는 얘기다.

하지만 좋은 시그널도 많다. 소재부품의 대일 적자는 2010년 243억 달러에서 2018년 151억 달러로 감소 추세에 있다. 소재부품의 전체 수입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1년 28.1%에서 2018년 16.3%로 줄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소재부품 중소기업 가운데 매출액 500억 원 이상, 수출 50% 이상의 기업을 뽑아보니 160개 이상이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어느 정도 갖춘 우리 중소기업도 제법 있다는 얘기다.

베네딕트 여사의 ‘국화와 칼’을 보면 일본 문화의 특징 중 하나로 ‘각자 알맞은 위치 갖기’와 위계질서를 강조하고 있다. 계열화와 모노쓰쿠리 정신도 일본 소재부품 강국의 배경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장단기 종합 대책이 5일 발표됐다. 특별한 해법이나 묘수는 없다. 단기적으로는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게 필요하다. 특정 국가나 기업에 의존하면 곤란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국내의 괜찮은 중소기업을 발굴해서 새로운 공급선으로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테스트베드의 공동 활용, 신뢰성 인증, 국내외 판로 확보,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 등 해야 할 일은 많고 축적의 시간은 오래 걸린다.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데 10년 안팎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휴대전화 화면의 곡면 가공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국내 D업체는 30년의 업력을 지니고 있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대응책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001년 DJ 정부 시절에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통과됐다. 소재부품발전위원회도 구성됐고, 소재부품통합연구단도 설립된 바 있다. 소재부품 중핵기업 육성방안도 발표됐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많은 고민을 했고 그 이후 많은 노력을 했고 성과도 있었다. 이번에 발표된 8·5대책이 20년 이상 지속되길 바란다.

우리 안에도 기술력을 지닌 소재부품 중소기업이 많다. 이처럼 소중한 기업들을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온리원 제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것이 과제다. 그런 기업이 많아지면 우리도 소재 강국, 부품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중소벤처기업#중소기업연구원#김동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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