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까지 들었지만…정의당, 조국 ‘데스노트’ 여부 고심 이유는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8일 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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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적격 여부, 내달 2~3일 청문회 이후 유보
'데스노트' 향한 관심 및 '개혁정당' 표방 영향
선거제 관련 시각에 "후보자 검증과 별개 문제"

정의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놓고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소명 요청서를 보내 각종 의혹에 대한 소명을 듣는 등 당 차원의 검증까지 나섰지만, 이른바 ‘데스노트’에 올릴지 여부에 대해서는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지난 26일 국회를 직접 찾은 조 후보자 청문회 준비단으로부터 2시간 가까이 소명을 들은 정의당은 일단 조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자리에선 조 후보자 딸에 대한 각종 의혹과 후보자 일가가 운영하고 있는 웅동학원 관련 소송, 후보자 가족의 부동산 거래 및 사모펀드 조성 논란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은 다만 조 후보자 딸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논문 제1저자 등재가 고려대 생명과학부 입학에 영향을 줬는지 여부는 충분히 해명되지 못했다며 객관적 입증 자료와 소명을 준비단에 추가 요청한 상태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에 대한 최종 판단을 다음달 2~3일 이틀간 열리는 청문회 이후로 유보했다.

이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조 후보자를 향해 연일 십자포화를 퍼붓는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 후보자를 총력 엄호하는 등 여야가 분명한 ‘스탠스’(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간 정의당이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다른 당보다 선제적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에 비춰봐도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정의당이 조 후보자의 적격 여부에 ‘신중론’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데스노트’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뜨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의당이 찍으면 죽는다’는 정치권 속설이 생겨날 만큼 ‘국민의 눈높이’를 칼같이 따지며 문제 삼은 공직 후보자들은 줄줄이 낙마한 터라 정의당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 후보자 청문회 소관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의당이 이례적으로 조 후보자 청문회 준비단에 소명을 요청하고 이를 청취하는 등 철저한 검증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의당이 ‘개혁정당’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도 조 후보자에 대한 장고(長考) 이유다.

정치개혁과 사법개혁을 강력 추진하고 있는 정의당 입장에서 ‘사법개혁 완수’라는 과제를 안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 후보자는 개혁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조 후보자를 둘러싼 잇단 의혹으로 개혁 의지에 대한 의문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최근 회의에서 “국민은 특권 엘리트층의 삶을 여과 없이 살아온 조 후보자가 스스로 특권층의 벽을 허물고 기득권층의 저항을 뚫어 사법개혁을 밀고 갈 수 있는지, 과연 그 적임자인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특정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개혁의 문제가 달려있는 큰 사안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이라며 “시대의 중요한 과제인 만큼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개혁을 이어가는 동력이 될 지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의당이 조 후보자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을 놓고 당의 숙원 과제인 ‘선거제 개혁’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오는 31일 활동이 종료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혁안이 의결되려면 민주당과의 공조가 불가피한 만큼, 정의당이 조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정의당은 이같은 시각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저희가 갖고 있는 청문회에 대한 입장을 마치 ‘민주당과 정략적으로 접근한 것 아니냐’고 하면서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원석 정책위의장도 YTN 뉴스에서 “원칙적으로 선거제 개혁과 공직 후보자 검증은 별개의 문제”라며 “선거제 개혁으로 인해 정의당이 눈치를 보느라 이 문제에 대해 할 말을 못하고 그렇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자칫 지지층이 갈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정의당의 최종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의당 당원과 지지층 사이에선 조 후보자에 대한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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