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으로부터 전화 받았다” 협상 의지에…中 반박,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7일 2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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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관세 난타전’을 벌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중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협상 의지를 밝혔지만 중국 측은 “의미 있는 통화는 없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전화통화에 대해 “들어본 바 없다”고 부인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실상 중국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후시진(胡錫進) 환추시보 총편집(편집장)도 26일 트위터에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의 고위급 협상 대표들 간에는 최근 전화통화가 없었다”며 “(미중) 양측은 실무 레벨에서 접촉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은 트럼프가 말한 것처럼 의미 있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이런 반응은 중국 측이 먼저 협상 복귀 의사를 밝혀 협상을 재개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일축한 것이다. 후 총편집장이 말한 고위급 대표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의미한다. 그의 주장이 맞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상적인 실무 접촉을 과장해 협상 재개 이유로 내세운 것일 수도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도 27일 “일부 미국인은 아직도 순진하게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반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망상하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정세, 특히 중국의 결연한 반격 의지와 능력을 오판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자 중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성 없는 ‘입’ 대신 실질적인 조치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7일 중국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7일 “중국인은 왜 트럼프의 트윗을 무시하나”란 글을 실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베이징(北京)에서 중앙재정경제위원회 5차 회의를 주재하고 산업네트워크를 개선해 경제구조 현대화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당장 합의보다는 장기전을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중국과 무역전쟁 긴장 고조에 대해 “재고(Second thoughts)”를 언급해 당시 미국 언론과 백악관이 상반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튿날 기자들이 지적하자 “미안하지만 그것이 내가 협상하는 방식”이라며 “그건 오랫동안 매우 잘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중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도 중국이 쉽사리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자국 정유사의 피해가 우려됨에도 미국산 원유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만큼 무역전쟁에 강경한 의지를 내비쳤다. 관세 면제 대상이었다가 12월 15일부터 각각 25%와 5%의 관세가 부과되는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도 협상의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으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며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30일부터 중국에서 파는 자동차의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테슬라는 12월 관세가 발효되면 한 차례 더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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