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문회’ 일정 내준 與…“가족 증인채택은 절대 안돼” 압박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7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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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알 권리와 실체적 진실 위해 대승적으로 수용"
합의 파기 부담에 조 후보자 해명 부담 고려한 듯
한국당에 증인 채택 협조 요구 명분도 생겨
조 후보자에 "청문회 전 언론과 대화" 권고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다음달 2~3일에 여는 방안을 수용키로 한 것은 여야 합의 파기에 따른 부담과 청문회가 늦어질수록 조 후보자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민의 알 권리와 후보자의 실체적 진실을 알릴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조 후보자) 청문회 일정의 합의안을 대승적으로 수용한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지만 결정은 상임위 중심주의에 입각해 존중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법사위 소속 민주당 송기헌·자유한국당 김도읍·바른미래당 오신환 간사는 조 후보자 청문회를 다음달 2~3일 이틀 간 진행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가 법정기한 내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며 합의에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한 고비를 넘기는 듯 했던 조 후보자 청문회는 다시 벽에 부딪힌 상황이었다.

국회에 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날(8월14일)부터 20일 이내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는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청문회 법정기한은 9월2일까지인데 이를 하루 넘긴 9월3일까지 청문회가 열리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지도부 일부는 법사위 간사 간 합의를 듣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도 “법정시한을 넘긴 합의에 대해 청와대의 양해가 선행돼야 했는데도 국회가 일방적으로 합의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 재협상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 보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틀간 청문회를 치르기로 합의한 일정은 법적 기한을 넘어선 것으로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청문회 일정 재협상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리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어 오후에 이해찬 대표와 이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에야 법사위 간사 합의를 수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차질없이 청문회를 준비해서 제기된 의혹들을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해명하고 후보자의 역량과 자질을 입증·검증하는 청문회가 되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했다고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당초 법정기한을 넘긴 청문회 일정에 반발했던 민주당이 수용을 결정한 것은 간사 간에 이뤄진 것이라고 해도 여야 합의를 깨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 중심주의가 있기 때문에 (법사위 간사 합의를) 받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지난번에 한국당에서는 원대대표 간 합의도 깬 적이 있지만 우리는 상임위 합의를 받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으로 조 후보자가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청문회 일정 합의가 깨질 경우 자칫 조 후보자에게 해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청문회가 법적기한 내에 안 열릴 경우에 대비해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와 접촉해 추진했던 이른바 ‘국민청문회’를 놓고도 뒷말이 많았다. 언론에 자료 요구권한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데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서 정치적 편향성도 제기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국민청문회 개최에 찬성 의견을 낸 방송기자연합회와 달리 기자협회에서는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가운데 민주당이 조 후보자 청문회 일정을 수용하면서 국민청문회는 결국 없는 일이 됐다.

나아가 조 후보자 청문회의 증인과 참고인 채택을 놓고 벌써부터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청문회 일정 수용 결정을 내림으로써 한국당을 압박할 수 있다는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법사위 여야 간사는 이날 조 후보자 청문회의 증인 및 참고인 채택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조 후보자의 실체 규명을 하기 위해 의혹과 관련있는 가족, 교수 등 증인 80명 이상을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청문회에서 가족 신상털기를 해서는 안된다며 가족은 증인 채택이 어렵다고 거부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법정시한을 넘기는 조 후보자 청문회 일정을 내줌으로써 한국당에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은 협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실제 민주당의 청문회 수용 결정이 내려진 뒤 이어진 법사위 여야 간사 회동에서 한국당은 당초 87명의 증인을 요구했던 데서 한발 물러나 25명으로 압축한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조 후보자 딸의 논문이나 입시, 펀드 관련 다른 증인들은 몰라도 가족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정 원내대변인도 “9월3일은 인사 청문 법정기한을 넘겨 청문회법이 정한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는 월권으로 국회 스스로가 법을 지키지 못하는 선례를 남겼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국민의 알 권리와 실체적 진실을 알릴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대승적으로 수용했다”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이어 “한국당이 증인 명단에 후보자 배우자, 자녀, 모친, 동생, 동생의 전 부인 등 가족을 포함해 87명에 달하는 증인을 청문회장에 부르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이자 청문회를 정쟁의 장으로 몰아가려는 정치공세”라며 “그동안 후보자 가족이 인사청문회에 나온 전례가 없었고 만약 후보자 가족을 청문회장에 세워 신상털이, 망신주기 식의 정치공세를 펼칠 경우 국민들의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제 청문회 일정이 확정된 만큼 “의혹에 대해서는 소상히 밝히고 국민의 대표의 질책을 기꺼이 받겠다”고 했던 조 후보자가 진솔한 해명과 사과로 국민들을 설득시켜 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조 후보자에게 의혹 해명을 위해 언론과 대화의 자리를 가질 것도 권고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문제가 있는 부분은 문제가 있는 대로 밝혀 용서를 구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오해를 풀어야 한다”면서 “아울러 조 후보자는 청문회 이전이라도 국민들께서 실체적 진실을 아실 수 있도록 언론과의 대화를 최소한이라도 진행할 수 있기를 권고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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