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넘볼 수 없는 ‘첨단기술 제국’ 美 탄생, 그 뒤엔 MIT가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7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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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IT/BT(정보통신/생명공학) 혁신성장 모형이 요새 화두다. 미국 서부 스탠포드대-실리콘밸리 모형과 동부 매사추세츠공대(MIT)-켄달스퀘어 모형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다. 특히 후자는 최근 성장이 심상치 않다. MIT-켄달스퀘어 모형이란 무엇일까. 그 형식과 내용은 무엇이며, 이는 어디서 비롯돼 어디로 가고 있을까.

1941년 진주만이 공격당하자 연방정부는 MIT의 방사선, 레이더 등 무기 연구에 전쟁 예산을 장대비처럼 쏟았다. 그 전까지는 연방정부의 사립대 투자는 미미했다. 초창기 20명이었던 MIT 연구실 규모는 5년 뒤 4000명으로 늘었다. 그 기간 동안 연방정부는 당시 매달 100만 달러(요새 돈으로 약 150억 원)를 MIT에 부었다. 이 돈의 대부분은 ‘Vannevar Bush 교수 랩’으로 흘러 들어갔다. ‘실리콘 밸리의 아버지’ 터먼 교수도 부시 교수 영향 아래 있었다.

전쟁이 승전으로 끝나자 연방정부는 MIT의 혁혁한 공을 잊지 않았다. MIT-국방부 파트너십은 한국전쟁과 냉전시대까지 이어졌다. 국방부에서 쏟아지는 최첨단 무기 개발 연구비는 MIT 연구 분야를 더욱 첨단화했다. 실리콘 칩, 첨단 컴퓨터, 전자산업 등은 당시 파트너십의 파생상품이었다.

1950~1960년대 연방정부는 MIT에 20년간 약 170조 원(올해 기준)을 투자했고, 이는 보스턴에 20세기 중반 혁신성장 모형인 ‘128번 도로(전자산업 밀집지역)’를 만들었다. 또 이 때 연구 결과가 오늘날 실리콘 밸리와 IT 시대의 씨앗이 됐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과감한 투자는 1970년대에 죽었고, 1980년대 레이건 시대에 부활했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反戰) 분위기는 켄달스퀘어에 지으려 했던 50여 동의 나사(NASA·미항공우주국) 연구센터를 좌절시켰다. 켄달스퀘어에 먼지가 날렸고 MIT와 시는 새로운 혁신성장 모형을 이곳에 세울 필요를 느꼈다. MIT는 질문했다. 무엇으로 이 빈 땅을 채워야 지금까지 학교가 축적한 첨단 기술을 잘 활용하면서 인류 공동 번영에 기여할까.

MIT가 택한 답은 바이오와 IT를 융합한 BT였다. MIT는 이 때부터 BT에 투자했다. MIT는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바이오젠을 설립했다. 1970년대 말에 시작한 이 선포는 훗날 게놈 프로젝트와 뇌 과학으로 확장했다.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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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MIT와 켄달스퀘어의 접점인 바사 스트리트 초입(그림)에 가면 그동안 MIT의 역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왼편으로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스타타 센터가 있다. 종이를 구긴 것 같은 이 건물에 노암 촘스키 교수 연구소가 있다. 스타타 센터 너머로 보이는 격자문양 건물이 무시무시했던 부시 랩이다. 스타타 센터 우측으로는 뇌과학 연구소(2002년 설립)가 있다.

이 건물 근처에 MIT는 2004년 제약 연구센터인 브로드 인스티튜트를 지었고 그 옆에 2010년 세계적인 암 센터를 지었다. MIT가 켄달스퀘어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자 노바티스, 파이저, 엠젠 등의 세계적인 BT 대기업들이 속속 들어왔다. BT 호황 시대가 열렸다. MIT-켄달스퀘어 모형을 성공시키기 위해 MIT는 정부와 기업, 시와 오랜 시간 기획했다. 최첨단 연구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목표였다.

128번 도로 혁신성장 모형(하드웨어 중심-20세기 교외형)보다 MIT-켄달 스퀘어 혁신성장 모형(소프트웨어 중심-21세기 도심형)이 더 우수하다. 후자는 지하철 레드 라인을 따라 하버드대 계열 병원들과 하버드 의대 캠퍼스와 연대할 계획이고, 바이오와 IT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글로벌 바이오 프론티어를 열 계획이다. MIT, 하버드대, 보스턴대 등 도시 캠퍼스들에 인접하게 지어서 도심 활성화 및 고용창출에 기여할 전망이다. 혁신성장 모형은 일회성 투자로 성공할 수 없다. 장시간의 투자와 원시안적인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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