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의지’ 드러낸 조성욱 공정위원장 후보자 “법집행에 기업규모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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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27일 1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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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공정위 추진정책을 발표한 뒤 생각에 잠겨있다. 2019.8.27/뉴스1 © News1 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공정위 추진정책을 발표한 뒤 생각에 잠겨있다. 2019.8.27/뉴스1 © News1 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27일 국내 대기업의 경영 행태에 대해 “총수 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 등 개선할 부분이 아직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후보자는 대기업의 경제 발전 기여를 높게 사면서도 일감몰아주기 관행이 대·중소기업에 모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은 효율적인 독립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를 박탈하고, 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으로 대기업 자신에게도 결국 손해가 되고 있다”며 “대기업이 계열사하고만 거래하게 되면 거래 비용이 올라가 대기업 입장에서도 성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취임 당시 4대 그룹의 불공정행위를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힌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달리 기업 규모에 관계 없이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기업집단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되겠지만 시장에서의 반칙행위 또한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기업 규모에 따라 양형 기준이 달라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대기업에 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조 후보자는 “과거에는 문어발식 계열 확장 등에 따른 동반부실화 같은 시스템 리스크가 존재했지만 위기를 극복한 현존 대기업 집단의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고 평가하며 “변화된 환경에 맞게 역점을 둘 분야 또한 달라질 필요가 있다. 그간의 제도적 개선과 시장 시스템 변화에 맞춰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실효성 있는 행태 교정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대기업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조 후보자는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국제적인 분업에 의존했던 대기업들이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할 수 있다”며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공정위의) 심사가 늦어져 발생하는 문제는 신속히 처리하겠다. 일감몰아주기 예외 조항에 있어서도 긴급성이 어떤 의미인지 명확히 밝혀 기업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으로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경제활성화 요구로 정부의 공정경제 기조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경기 심판자는 어떤 경우에도 룰(규칙)을 지켜나가야 하는 게 맞다. 일관성과 원칙이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시장 구조 개선이 시급한 산업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꼽았다.

조 후보자는 “플랫폼 사업자나 빅데이터 사업자들의 불공정 행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의 경우 정보 독점력을 통한 독과점 지위 이용 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 분야는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당한 독과점 지위 남용 행위를 엄중히 제재하되 과도한 정부개입으로 시장이 왜곡되거나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조사 중인 구글, 애플, 네이버와 같은 ICT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정밀한 분석을 통해 시장 혁신을 촉진하는 결과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 “(ICT 분야) 사건들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커 개별 사건의 조사·제재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구조적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호반건설의 불공정행위 의혹에 대해서도 조 후보자는 예의주시하며 법 위반사항 발견 시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리더십 문제에 대해서는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등 경험을 소개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 후보자는 Δ일 Δ책임 Δ신뢰가 리더십의 본질이라고 정의한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공정위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공정위 직원과 같이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설득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이날 조 후보자는 “피규제 대상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어떤 형태가 될 지는 고민해야겠지만 기업과의 소통은 앞으로도 지속하겠다”며 “정책을 수행하는 당국으로서 여야 막론하고 의원들도 열심히 만나 질타와 조언을 듣겠다”고도 했다.

조 후보자는 재임 중인 서울대 교수직은 휴직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의 임무가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갔을 때) 부끄럽지 않은 교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9일 차기 공정거래위원장에 지명됐으나 아직 인사청문회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는 “취임하게 되면 현재 공정경제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시장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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