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학교 건강검진’ 개편 시급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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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 생활습관 평가 못하고, 질병 위험에 의료진 개입 불가
생애주기별 검진제도 신설해야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촉발된 극일운동이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으로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광복 이후 70여 년간 반복적으로 이슈화되는 극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같은 첨단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과 제도 속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찾아 제거할 것은 제거하고 우리 방식대로 업그레이드할 것은 꾸준히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길러내는 학교에도 일본식 제도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학교 건강검진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어린이 건강검진 제도는 조선총독부 시절에 생겼다. 당시에는 기생충 감염 여부 확인, 전염병 확산 방지 등이 단체 검진의 주된 목적이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이러한 구조는 그대로 이어져 성인의 일반 건강검진과 학교 건강검진 형태로 건강검진 제도는 발전했고 몇 차례 개편을 거치면서 기능해왔다. 그러나 이런 과거식 패러다임의 건강검진은 심도 있는 개별 검진이 불가능하고 개개인의 생활습관을 평가하지 못하며 질병 위험 요인에 대한 의료진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은 과거 건강검진의 주된 목표였던 전염성 질환이 더 이상 아니다. 지금은 심·뇌혈관계질환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암 치매 같은 만성 비전염성 질환이 주요 질환이다. 이 같은 질환은 조기 예방과 생활습관에 대한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만성 성인병을 예방하고 어렸을 때부터 생활습관을 고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애주기별 건강검진을 통해 이런 전략을 받아들였다. 2007년부터 영·유아 및 어린이 대상 건강검진을 시작해 변화된 질환에 대응하고 있다. 생애주기별 건강검진 전략은 출생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거쳐 각 시기별 주요 질환을 예방하고 잘못된 생활습관의 위험 요인을 개선하도록 개입하는 구조다. 건강 증진 정책의 근간이다.

학생들의 주요 질환도 이제는 외상과 사고뿐만 아니라 비만, 운동 부족, 흡연, 음주,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질환 등이 주요 질환이기 때문에 과거 건강검진으로는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일본식 전 국민 건강검진의 일종인 학교 건강검진을 전면 개편해 생애주기별 건강검진으로서의 소아청소년 건강검진 제도를 신설할 때다.

문진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헬스동아#건강#생애주기별 건강검진#소아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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