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서 맨몸으로 권총과 맞선 ‘피스톨맨’ 등장…‘제2의 탱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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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27일 1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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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을 막고 있는 피스톨맨. 사진=트위터
홍콩 경찰을 막고 있는 피스톨맨. 사진=트위터
경찰이 물대포와 실탄을 이용해 시위대를 진압하는 등 격해진 홍콩 시위 현장에 천안문 사태의 ‘탱크맨’을 연상시키는 ‘피스톨맨’(pistol man)이 등장해 현지인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CNN 등 외신들은 25일 시위대를 향해 총구를 겨눈 경찰을 맨몸으로 막아선 중년 남성의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 속 민소매 차림의 남성은 별다른 방어나 공격수단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의 양손에는 각각 휴대전화와 비닐우산 하나가 쥐어져 있을 뿐이다.
이날 홍콩에서는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을 쫓는 등 폭력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경찰은 처음으로 실탄 사격을 하고 물대포를 동원하며 시위를 강경 진압했다.

이 상황에서 시위대 앞에서 경찰의 총구와 맞선 남성은 “저들을 쏘지 마라!”고 연신 외친 것으로 전해진다.

남성의 사진이 보도를 통해 공개되자 홍콩 시민들은 “1989년 베이징 탱크맨이 2019년 홍콩 피스톨맨으로 돌아왔다”며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천안문 사태서 맨몸으로 탱크를 저지하고 있는 시민. 사진=바이두
천안문 사태서 맨몸으로 탱크를 저지하고 있는 시민. 사진=바이두

탱크맨은 1989년 중국 천안문 사태서 중국 정부가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보낸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은 남성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홍콩 가수 데니스 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홍콩 남성에게 큰 존경을 표한다”고 전했다. 그는 7월 홍콩 정부의 송환법 추진과 관련해 “홍콩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면서 유엔인권이사회에 중국의 회원국 퇴출을 요구한 바 있다.
피스톨맨을 발로 차서 진압하는 홍콩 경찰. 사진=트위터
피스톨맨을 발로 차서 진압하는 홍콩 경찰. 사진=트위터

반면, 이날 홍콩 경찰은 자신을 맨몸으로 막은 이 남성을 발로 차는 등 과도한 진압으로 비난을 받았다. 홍콩 경찰 대변인은 이러한 과잉진압 논란에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며 경찰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홍콩 시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요란다 위 대변인은 “경찰은 저항에 맞서 영웅답게 행동했다”며 “그 상황에서 무력 진압은 필수였으며 합당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함나얀 동아닷컴 기자 nayamy9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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