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없는 신인지명’ KBSA의 아쉬운 ‘하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8월 27일 05시 30분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0 KBO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10개 구단에 선수들이 지명되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0 KBO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10개 구단에 선수들이 지명되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신인 없는 신인지명?

신인드래프트는 희비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을 쏟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호명의 순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을 느낀다. 물론 지명 받지 못한 선수에게는 최악의 하루로 기억되겠지만, 지명된 모든 선수들은 생전 받아본 적 없는 환대를 경험한다. 말 그대로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다.

지명 순위가 프로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아니지만, 드래프트 직후에는 영향을 끼친다. 1~2라운드 상위 지명자들은 말 그대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으로 구단 유니폼을 입고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0 KBO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상위 지명자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유는 대표팀 소집 때문이었다. 30일부터 기장에서 열리는 ‘제29회 WBSC 기장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 대부분이 지명의 영광을 안았다. 전체 2순위 강현우(유신고·KT 위즈)를 비롯해 허윤동(유신고·삼성 라이온즈), 박민(야탑고·KIA 타이거즈) 등 11명이 2차 지명을 받았다. 이들은 대표팀 일정 탓에 드래프트장에서 생애 최고의 행복을 느낄 기회를 놓쳤다.

KBO 입장에서도 난감했다. 선수가 많이 참여할수록 행사가 빛나지만, KBSA에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 추석 연휴로 인해 대학 수시 모집이 앞당겨졌고, 대회 폐막 후 드래프트를 진행할 수도 없었다. 미지명 선수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행사를 미룰 수는 없었다.

물론 드래프트 일정과 청소년야구선수권은 매년 비슷한 시기에 열리기 때문에 신인들의 참가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상 최초로 국내에서 대회가 개최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운영의 묘를 살렸다면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온전히 향할 수 있었다. 실제로 대표팀 명단에 포함된 1차지명자 6명은 이날 행사장을 찾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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